선진한국

즐거운 도시만들기 - 기록과 작은 박물관

관허 2010. 12. 31. 02:32

 

 

도시,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어떻게 하면 보기 좋고 살기 좋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 과제인데 어느 시점에서의 도시 설계 및 꾸미기보다 그 안에 사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하는 역사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자. 역사라고 하니 무슨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성냥갑의 가격이 어떻게 변천했나 자장면 값이 어떻게 변천했나 하는 것도 재미있는 우리의 과거를 보여줄 수가 있다.

 

이런 기록의 대상은 역사기록의 대상보다 더 광범위하다. 우리 조상들은 왕조의 일상사나 정무의 기록을 남겨왔다. 이런 기록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인류의 유산이 되고 있다. 우리들이 지금 현재에도 이런 기록을 남기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록의 대상은 다양하다. 앞서 도시라고 했지만 그냥 예를 든 것이지 도시 만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예시를 한번 해보기로 한다.

 

1. 자연현상

 

라인강변을 따라 배를 타고 경치를 보면서 한독사회보장협정을 맺기 위해 협상을 한 적이 있다. 배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한 작은 마을에 정박을 했는데 마을 입구에 홍수의 기록이 있었다. 이 마을은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는 마을이었는데 침수의 정도가 우리의 키를 넘을 정도로 높았다. 건물은 물론 거의 매년 물에 잠기는데 그래도 주민들이 떠나지 않고 살고 있었다. 연례행사처럼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을입구 돌기둥에 몇 년에는 이만큼 수위가 올라 왔다하고 금을 그어 놓았다. 대단한 기록정신이고 어떤 해에는 몇 일 동안 물에 잠겼다하는 것도 기록 대상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어떤 분이 해변에 양식장을 건설하려 했는데 우리는 바닷물이 정상적으로는 해변 어느 정도까지 올라오는지 기록을 찾아보아도 그런 것을 기록하는 곳은 없었다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런 기록을 찾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일상의 쓸데없는 기록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나 사업상 유용한 자료가 될 수도 있다는 증거다.

 

2. 인공구조물

 

아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록의 대상이 인공구조물일 것이다. 도시가 어떻게 변천해왔고 전국의 도로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건설이 되어왔는지 하는 것은 사진으로 확인을 할 수 있고 건설의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3. 조직 또는 기구

 

사람은 또 살기 위해서 공동체 조직을 끊임없이 만들면서 생활한다. 왕조, 정당, 회사, 학교, 동창회 등등 모든 조직체가 재미있는 기록의 대상이 된다. 왕조실록이 있고 회사의 연혁이 어떻고 누가 설립했는지 어떻게 경영했는지 하는 것인데 역사에 정사가 있고 야사가 있듯이 리더의 기록도 중요하겠지만 잘 찾아보면 그 안의 모든 것이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기관에서는 간부회의 자료나 기록이, 또 어떤 자리에 누가 얼마나 근무 했는지, 정책은 어떻게 제시되고 발굴되고 변천해 왔는지, 외국과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등등 이런 것은 역사가의 중요한 밑 자료가 될 수 있고 국가기록이 될 수 있다. 정부 문서는 보존기간이 몇 년인지가 규정되어있으나 전자칩이 발달하여 보존의 어려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예전에 어떤 기안을 하는데 그 당시에는 기안지에 직접 써야 했다. 국장님이 이 건은 중요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에 길이 남을 명문장으로 기안해 오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이런 역사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면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학교도 누가 설립했는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학생들의 조직은 어떠했는지, 누가 가장 공부를 잘했는지, 학생 중에는 누가 있었는지 등 생활기록부도 좋은 기록대상이다. 유명인이 다녔던 학교라면 그 당시의 생활기록부 같은 것은 재미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4. 경제, 사회등의 우리의 삶

 

현재의 신문이나 방송매체가 주로 다루는 것이 이런 현상인데 무슨 사건이나 기록을 찾기 위해서는 신문을 검색해 보는 것은 이들이 가장 기록을 잘 해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자장면 값 성냥값 담뱃값은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 하겠지만.

 

전에 미국 대학의 도서관에 자료를 찾다가 놀란 적이 있었다. 철강에 관해서 자료를 찾다가 미국의 철강에 관해 기록한 책이 십여권이나 시리즈로 잘 기록이 정리 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회사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몰락했는지 가격은 어떻게 변동하고 가격을 책정하는 정책은 어떻게 변천했는지 등 아마도 연감식으로 일년에 한권씩은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다 기록의 대상이 되고 또 집대성하고 정리가 되고 있는 것이 역사를 쌓아가는 것이 아닐까.

 

5. 개인

 

기록을 잘 하는 학부모라면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때에 맞추어 사진도 찍어 놓고 성적표도 모으고 할 것이다. 나도 어릴 때 어머니께서 상장이나 생활 기록부를 모아 놓으신 것을 보았다.

 

그리고 직장 생활을 한다면 매일 가지고 다니는 수첩 같은 것도 버리지 않고 수십 권을 보관하거나 일기를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회사 서류까지 복사해서 쌓아놓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자서전을 쓰기 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비밀유지의무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물론 자서전을 쓰지 않을 경우엔 무슨 쓸모가 있겠나 마는 하여간에 기록 보관의 중요성은 부모가 먼저 보여줘야 아이들이 따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이런 기록 대상에 따른 기록이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즐거운 도시 만들기에 관련이 있는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유치원 학생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데리고 나왔다고 하자. 한 기관을 방문했는데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이건 무슨 기관인데 무슨 일을 하는 곳이야 하고 한마디만 하는 것보다 작은 박물관이나 기록전시실이라도 있으면 한번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게 산교육이 되지 않을까.

 

회사나 기관들이 항시 보여주고 홍보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만드는 것을 무슨 사회운동을 해서라도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거닐고 싶은 도시, 즐거운 도시 만드는 길이 되지 않을까.

 

호주 시드니의 한 건물에 가면 그 건물을 짓기 전에 그 땅에 있었던 하수구 같은 것도 볼 수 있도록 보존해 놓은 것을 볼 수 있고, 한 박물관은 옛 건물을 안에 둔 채로 새로운 건물을 만들어 역사를 보존해 놓았고,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음식점은 그 땅에서 발굴된 문화재 같은 것을 땅에 그대로 둔 채로 유리를 덮고 그 위에 앉아서 내려다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예를 참고하여 우리도 어디나 역사 있는 조직, 역사 있는 건물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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