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전환

중고물품의 매력

관허 2013. 12. 15. 00:33

얼마전부터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방문하여 몇가지 물건을 사면서 백화점이나 쇼핑몰, 마트, 시장 같은 곳에서 사는 것과 다른 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거기 물건들이 비교도 안되게 싸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우린 언젠가 부터 친구나 동료의 집을 방문하는 기회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한번가기도 교통상 어려울 뿐더러 손님을 치더라도 어려운 음식 준비보다는 음식점을 선택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다른 사람 사는 것을 보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쓰다가 내어놓은 물건에는 알게 모르게 그 사람의 환경과 삶이 배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물건을 소개하는 사진들에서 그 물건이 놓여있던 배경을 보면 그 또한 그사람의 사는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감정은 마치 다른 사람의 아파트나 방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듯한 즐거움(?)도 선사한다. 어떤 사람들은 으리으리 하게 해놓고 살면서 불필요한 물건을 내어놓고 어떤 사람들은 새집에 가면서 구닥다리 물건이 필요 없어져 내어 놓고, 또 어떤 사람은 외국으로 가거나 부모집으로 들어가거나 해서 물건을 내어 놓고 어떤 사람들은 집을 줄여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작은 집에 들여놓을 수가 없어 내어 놓는다. 이러한 개인들의 살아가는 환경의 변화는 우리의 삶의 다양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한편 물건들을 보면 그 관리 상태를 알 수 있고 거기에서 그 사람들의 생활태도도  보이고 내어 놓게 되는 동기를 보아도 정감이 흐르기도 하고 성실함이 엿보이기도 하고  베풀고자 하는 마음도 보이고 남은 탐심도 보인다.

 

또 다른 즐거움은 인터넷 카페에서 사고팔고 하는 것은 대개 내어놓는 시점과 구하는 시점이 맞아야 하고  물건이 있는 장소가 가까와야 하는데 우선  시점이 맞아야 하는 것을 보면 예전같이 어떤 특정한 날 예를 들어 장날에 물건들을 거래를 한다면 그 날에 시장에 나가보면 되지만 인터넷 상에는 그런 특정한 날이 없기 때문에 물건을 카페에 올리는 사람들은  올려놓은지  하루이틀 사이에 대개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기간이 도과해 버리면 사람들이 잘 찾아보지 않게 되므로 팔리지 않은 물건은 재차 삼차 몇차례라도 다시 올려야 한다.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은 수시로 어떤 물건이 올라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거기에도 경쟁이 있기 때문에 좋은 물건이 싸게 나오면 다른 사람보다도 빨리 잡아야 살 수가 있게 된다. 마치 낚시를 하듯 낚시줄을 들여놓고 물건이 걸리기를 고대하고 있다가 나왔다 하면 잡아야 하는데 그 또한 묘한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한편 물건이 있던 장소가 아무래도 집에서 가까와야 사진으로 보기보다는 실제로 가서 물건을 살펴보고 살 수가 있게 된다. 물론 사진이 정확하게 보여주고 믿을 만 하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겠자만 말이다. 이렇게 쌍방간에 시간과 장소가 맞아 들어가는 물건이 있을 때에는 마치 그 물건이 나하고 무슨 인연이 있는 듯이 느껴지는 묘미가 생긴다.

 

또 다른 즐거움은 물건을 거래하고자 할 때에 모르는 사람과 처음 거래를 하여야 하는데 처음에는 막연한 의구심과 두려움이 있으나 만나보고 거래를 해보면 대개의 사람들은 성실하여 알뜰하게 청소도 해놓고 물건을 마치 시집이나 보내듯 정성을 들여 내어주고 차에도 실어주기도 한다. 내가 소중하게 잘 쓰던 물건을 남도 소중하게 다루어 주기를 바라는 것 처럼.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과의 거래는 처음보는 사람들도 사돈이 되는 듯한  또 다른 더불어 사는 삶의 희열이라 할까 우리 사회에 믿음이 가는  다른 만족감을 준다하겠다. 이러한 느낌은 썩어빠지고 부패하고 싸움박질만 하는 정치계를 보고는 도저히 느끼지 못하는 우리 현실 삶의 즐거움이라 하겠다.

 

그러니 언제라도 내가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그 필요한 물건이 어떤 사람 집에서 쓰여지다가 나에게 오기를 기다릴지 새물건을 사기보다는 중고시장에서 한번 쯤 찾아볼 일이다. 필고자하는 시점과 사고자 하는 시점이 맞아들어가고 물건이 있는 장소도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리고 물건이 한번 세상에 나와서 알뜰하게 쓰여지는 것이 자원절약에도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인재도 마찬가지로 물건도 적재적소에서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