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론 - 부처간 관할문제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이 비상구호 담당기관간에 통신이 서로 안되었다는 말이 언론에서 나왔다. 소방 헬기가 출동했으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말도 나온다. 어떤 분들은 그럼 해변가에서 강도를 당하면 경찰청에서 나와야 하고 강도가 바다로 도망가면 해양결찰청에서 나와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정부부처의 업무관할을 보면 허다하게 나온다. 일반 국민들은 어디서 관장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니 배가 조난당해도 119로 전화를 건다.
해양경찰청도 그 소속을 보면 경찰청에 있다가 해양수산부로 갔다가 국토해양부로 갔다가 다시 해양수산부로 변경되었다. 물론 부처개편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을 것이지만 형식적으로 해양관련이라는 점에서는 해양수산부가 맞겠으나 업무의 성질이나 연속성에서 보면 경찰청과 유사한 업무다.
어느 것이 효율적인가 하는 문제는 논의의 여지가 많다. 정부부처 개편 때마다 논의가 되었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본인이 자원개발을 담당할 때의 일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해양수산부가 만들어지고 해양관련 각부처의 업무를 긁어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육지에서 땅을 파서 광물을 채취하는 업무는 자원개발업무로 산업자원부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으나 바다에서 땅을 파서 광물을 채굴하는 것은 해양수산부에서 해야 한다며 사무관 한분이 담당하면 충분한 업무를 사무관과 함께 가져가 버렸다. 국민들 측에서 볼때 납득이 갈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광물이 해안가에서 시작해서 대륙붕까지 걸쳐있다고 하면 누가 관장해야 하는가? 이런 종류의 사례는 무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업무관할의 타당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정부부처의 관할여부를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업무를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입장에서 과거 전자정부가 시작될 때 본인이 개선방안의 하나로 구상한 바가 있었다. 즉 표면적, 현실적으로 업무관할을 바꾸지 않아도 소프트웨어의 통합이나 전자정부의 통합사이트에서는 부처의 관할을 무시하고 업무의 성질별이나 국민의 요구별로 사이트를 만들고 각부처는 부처의 벽을 허물고 국민의 요구에 바로 응답하게 하는 구상이었다.
예를 들어 119로 전화를 했는데 사고장소가 어디냐 하고 물었을 때 바다라 하면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하고 국민이 다시 전화를 돌리게 한다면 아주 낭패다. 이럴 때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유연한 정부시스템을 만들자 하는 구상이었고, 전자정부의 예를 들면 자원개발을 하려는데 허가를 받으려 상공자원부 웹사이트에 들어간 경우 하다보니 장소가 바다속이라고 다시 해양수산부 소관이라고 처리 안됩니다 하기 보다 그 자리에서 바로 해양수산부로 연결되어 처리되도록 하는 구상이었다. 즉 하드웨어에서는 분리되고 관할이 다르다 하더라도 소프트웨어로 부처의 벽을 허물고 민원인으로서는 어느부처가 담당하는지 미리 물어볼 필요가 없도록 하면 좋겠다 하는 구상이었다.
20년 가까이 지났고 인터넷에서 세계 선두를 달린다는 우리나라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아직까지 부처간 업무협조가 잘 안되고 부처 소관이 다르다고 서로간 비상연락조차 공유하지 못한다 하는 말을 들으니 참담하기까지 하다. 차제에 국가시스템을 개편한다하니 제대로 한번 머리를 짜내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