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내소관 아니라는 답변들
세월호 사건이 터져 공직사회의 개혁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민물에서의 사고는 소방서, 바다에서의 사고는 해경 뭐 이렇게 소관업무가 정해져 있단다. 그러면 강하구, 강과 바다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는가. 이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은 무슨 애로 사항이 있어 관청에 어렵게 방문하거나 전화했을 때 "내소관 아니다" "담당자가 출타했다" "담당자 올 때까지 기다려라" 하는 답변을 무수히 경험했다. 그것 때문에 몇번씩 관청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이런 행태가 민간기업까지 만연해 있는데 아연할 뿐이다. 흔히들 "담당자가 지금 자리에 없다"하는 답변을 듣고 그러면 언제 오느냐 하면 애매한 답변을 듣기가 일수다. 그런데 난 아주 오래전 외국에서 항공권을 바꾸려고 항공사에 갔는데 거긴 전화해서 물어본 담당자가 아니라도 누구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당시 우리나라 항공사는 담당자가 있어 그 사람을 만나야 처리할 수 있었다.
일전에 세월호 사건 이후에 모 신문에서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의 고속도로 질주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난 훨씬 몇년전에 그 버스를 입석으로 타보고는 어디 경찰청에 민원을 넣어 본 적이 있다. 엄연히 입석이 허용되지 않는 고속도로라고 고속도로 요금을 받으면서 버스는 시내 운행처럼 입석을 허용한다고. 그 버스를 타면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항상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서울시 소관이라는 짧은 답변하나. 그 사람이 담당기관에 이첩하거나 협의해서 처리한다는 소리도 없이 그냥 폐기한다. 그것을 안전문제로 문제인식도 하지 않는다. 그냥 내 소관 아니니 다른데 알아봐라는 식이다.
얼마전에 노인복지제도 법령에 이상한 점이 있어 법제처에 개정 건의를 한 적이 있다. 내가 거기에 건의를 한 것은 담당부처는 제도 개선의 의지가 별로일 것 같아 법령 담당기관이 알고 있으라고 한 것이었는데 그 기관은 제도개선시 참고하겠다는 말도 없이 보건복지부에 이첩할 뿐이었다. 거기서는 담당자란 사람이 전화를 해서 제도 변명만 늘어놓았다. 마치 내가 무슨 이해관계나 있는 듯이. 말이 통하지 않아 나와 상관없이 그냥 제도개선 건의라고 하고 끊었다. 모두가 이런식이다. 누구하나 아 좋은 건의인데 내가 제도를 바꾸겠다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청와대나 감사원이나 상위기관에서 민원을 받아 처리한다해도 결국은 담당기관에 이첩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첩후 그 결과까지 챙기면 큰 다행이다.
그런데 민원이 많은 기관은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는 것은 다행인데 이러한 개선방향이 좀더 확대되어야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전에는 우체국에 가보면 업무가 잘게 쪼개져서 몇가지 일을 보거나 심지어 간단한 일이라도 민원인을 여기저기 창구로 왔다갔다 하게 만들었다. 1번 창구가서 뭘하고 2번창구가서 뭘하고 마지막에 어디가서 뭘하라는 식이었다. 동사무소도 예전에는 창구가 잘게 쪼개어져 있다. 난 그때마다 이런 간단힌 일은 한사람이 다 해도 될텐데 이 공무원은 그런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하나만 해야 하는가 하고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우체국하고 동사무소가 좀 달라졌다. 번호표 받아 누구앞에 가든지 몇가지일을 한꺼번에 볼 수있다. 은행도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예전처럼 잘게 쪼개어 세부업무를 보란 듯이 많은 팻말을 붙여놓는 곳이 많다. 자동차면허 갱신도 그렇고 대형병원도 그렇다. 여기저기 민원인이 왔다갔다 한다. 우리는 이런 사소한 것에도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서 제도를 민원인에게 서비스한다는 차원에서 쉽고 합리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뭔가 큰것이 오기만 기다려서는 안된다. 그저 사소한 작은 것부터 개선하고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런 개선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제도를 어렵게 만들고 편법이나 뇌물로 해결하라고 하면 후진국에 머물 뿐이다.
끝으로 나의 경험 한가지만 언급하겠다. 내가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 어떤 민원인이 자기가 어느 나라에 자원개발을 하러 가고 싶은데 법에서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했다. 담당자는 대통령령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고는 위에 보고도 안하고 돌려 보내곤 했다. 이 분이 몇번째 우리 방에 와서 직접 담당자를 제치고 과장한테 말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을 내가 무슨 일이십니까하고 불러서 얘기를 들어봤다. 어이없는 제도가 상황이 바뀌었는데도 그냥 남아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난 당장 대통령령을 개정해야 겠다하고는 개정안을 내가 직접 만들었다. 장관결재도 몇일만에 통과되고 국무회의도 어렵지 않게 통과되었다. 다른 수정사항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고 그것 하나만 달랑 한줄 바꾸는 것을 만들어 대통령결재까지 일사천리로 받았다. 제도 개선을 하려면 이런 열정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도 담당자는 이런 태도로 일하고 위의 관리자는 이런 건의를 환영해야 한다. 관련부처도 이런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부처간에도 발목잡기 예산타령 등등 어떤 제도개선에 장애가 많고 국회에 보내면 또 정치권에서 뭐라도 있는가 해서 먹을 것을 찾느라 기웃거린다. 정치권의 이해관계만 따져서 합리적이고 신속한 제도개선을 막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