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무라까미 하루끼씨의 1Q84 6권짜리를 읽었다. 사전을 찾아가면서 겨우겨우 읽었다. 처음에는 황당한 얘기 같았고 연애소설 같기도 하다가 탐정소설 같기도 하고 나중에는 SF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세계가 평행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주인공이 살고 있던 때는 1984년이다. 그런데 그만 고속도로 위에서 잘못 길을 가다가 1Q84년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그러나 이 세계는 완전 별개의 세상이 아니라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그 세상을 인식하는 사람들에게만 달리 보이는 세상이다. 그 세상에는 달이 두개 있고 "리틀피플" 이라는 존재가 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정된 사람(종교적인 집단의 지도자)이 있다.
여기에 주인공인 두 남녀가 등장한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생들인데 20여년 동안 한번도 만난 적은 없으나 서로가 사모하는 사이였다. 각기 다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으나 각기 다른 루트를 통해서 "사끼가께"라는 종교집단과 관계를 가지면서 가까와져 간다. 그러나 처음에는 두사람 중에 한사람은 희생되어야 하는 존재로 시작한다. 한 사람이 살려면 다른 한사람이 죽어야 하는 관계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만나게 되고 종교집단의 추적을 피해 1Q84의 세계에서 1984의 세계로 탈출한다.
이런 약간 황당무계한 것 처럼 보이는 얘기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하나는,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생각들이 다르고 그 사고의 틀이 달라 같은 세상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세상을 보는 듯 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에게는 아는 것 만큼만 보이고 아는 것만 들린다는 것이 아닌지. 조지 오웰이 1984년을 지은 것도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만 주입시켜 그것만 보이도록 만든 세상이 도래 한다는 것 처럼. 예를 들면 귀신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귀신의 세계를 모르고, 하나의 종교에 몰입되어 있으면 다른 종교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이렇게 보면 이 세상에는 두개의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다른 세계가 동시대에 같이 공존하는 것이 아닌지.
또 하나는 두 사람의 주인공이 어릴 때 잠깐동안의 인연과 인상으로 평생을 그리면서 점차 가까와져 갔다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인연을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닌지 하는 것이다. 모두가 우연히 지나쳐 만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필연적인 인연으로 끌려서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또한 여기에 크게 작용하는 것이 마음이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마음이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가 또 사람을 만든다는 것처럼.
비슷한 맥락에서 다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것을 암시하는데 마음은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면서 실제로 작용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죽어가는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의 마음이 실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까지 가서 문을 두드리면서 말을 한다든지, 20년이나 지난 시간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전혀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든지. 즉 마음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것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지.
또 하나는 작가가 "리틀피플"이라는 어떤 존재를 등장시켜서 미래의 일을 알게 한다든지 모르는 사실을 말해준다든지 이 세상에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을 내세워 이 세상에서 작용을 하려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람들은 모를지 몰라도 적어도 한차원 높은 그들에게는. 하지만 그들은 전지전능이 아니라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존재들이라 인간들이 자유의지로 일을 처리할 수도 있고 도망도 갈 수가 있다.
또 소설에서는 대리인을 통하여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의 딸을 잉태한다는 황당한 얘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가끔은 어떤 모르는 사람이 신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든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기를 지켜준다든지 도와준다든지 하는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모르는 어떤 존재가 우리 곁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이야기 자체가 난해하고 그 구성도 클라이막스에서 반전을 보이기도 하면서 의문이 남는 채로 종결되는데 작가는 많은 것을 의문인 채로 남겨두어 상상에 맡겨버리는 것이 아닌지. 한편의 미래 SF영화를 보면서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갔다 나온 것 처럼 얼떨떨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