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철학
어릴 때 그저 그리스철학에서 누구는 뭘 주장했고 누구는 뭘 주장했고 하는 것을 그냥 외우기만 했지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후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배우지도 못한 것 같다. 그러다가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철학에서 근본적인 두가지 흐름(정신과 물질,유신론과 유물론)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 온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되었고 내친김에 철학의 역사책을 조금이나마 가까이 하려 했더니 고대 철학에 대해 약간의 이해가 깊어지려한다.
철학이 시작된 것은 사람들이 자기 주위의 사물들을 관찰해보니 계절도 바뀌고 모든 사물들이 변화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 변화하는 모습에 어떤 원리가 있는가 어떤 법칙이 있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과학이 발달하면 과학적인 사고를 하게 되겠지만 아직 과학은 그렇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로 머리로 추론하고 이성적으로 사고를 하게 된 것이다. 이제 신화에서 한단계 진보하여 이성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처음에 선각자들이 생각하게 된 것은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들에 근원적인 물질이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근본적인 뭐가 있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큰 진보였다. 탈레스는 그것을 물로 보았고,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라고 했고 헤라클리투스는 불이라고 했다. 또한 불변하는 어떤 물질들이 변화하는 동인은 무엇일까 하는 것에 대해서도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아낙시메네스는 공기의 압축과 희박화(condensation, rarification)로 설명했고, 헤라클리투스는 동양의 음양사상처럼 물질 안에 서로 대립되는 요소의 작용이라고 설명했고, 엠페도클레스는 근원적인 물질은 땅과 공기, 불과 물 네가지로 보고 그들 상호간의 사랑과 미움(love and hate)이 물질들을 이합집산하게 만드는 동인이라고 생각했다.(이는 동양의 오행설과 유사하다) 또한 파르메니데스는 변화하는 다양한 만물들을 실체가 없는 환상으로 보기도 했다.
한편 피타고라스는 세상물질을 수학적으로 생각하였고 soul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고 윤회사상을 생각하게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도 지금 현재 모든 일을 컴퓨터가 처리하는 것을 보면 그의 사상이 그 밑바탕을 구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컴퓨터는 0과 1을 기본으로 모든 계산을 하고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낙사고라스에 와서는 모든 물질을 움직이는 것은 Mind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다만 이 당시 Mind는 정신이라고 이해하기 보다는 물질의 범주에 머물러 있는 그 무엇으로 보았다) 또 원자론자들이 등장하여 모든 물질의 근본 단위는 Atom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다.(다만 Atomist들은 Atom의 동인에 대해서 까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그 자체 설명할 필요없는 self-sufficient한 것으로 보았다.)
크게 보면 이 당시 인류초기의 철학에서 괄목할 만한 것은 우선 세상을 어떤 원리가 지배하는 시스템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것과 사람의 감각과 이성을 구분해서 볼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은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로지 사고만으로 이러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벌써 원자와 분자 얘기도 나오고 만물을 수학으로 풀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 내었고 동양의 음양오행설 같은 것도 나왔다. 다만 이당시의 철학은 아직까지 객체(object) 위주라는 것이 특징이다. 즉 아직까지 정신(spirit)과 물질(matter)을 명확히 구별해서 생각하는 단계에 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다만, 객체를 위주로 우주를 파악하려 했지만 충분한 대답을 얻지 못하고 관찰하는 주체(subject)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데까지는 도달했다. 그러나 이미 이 당시 철학에서 앞으로 나올 유물론과 유신론(theoism)의 편린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