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 곪아터진 병원시스템
메르스가 점차 수그러들 것이라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이제서야 일부에서 우리나라 병원 운영시스템에 대해서 문제점을 거론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의 병원 시스템이 얼마나 고쳐질지는 의문이다. 항상 우리는 긴급한 문제가 사라지고 나면 흐지부지 개혁은 물건너가기 때문이다.
병원엘 가면 항상 느끼는 것이 무슨 병원이 백화점이나 시장바닥같이 붐비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입원실은 그러지 않아도 좁은데 간병인까지 거기서 숙식을 같이 하게 만들어 6인실은 12인이 기거하는 막사같다. 다닥다닥 붙어 옆사람 숨소리도 다 들리고 코골아서 잠도 못잔다고 하소연들 한다. 간병인들의 식사를 위해서 냉장고는 반찬들로 가득 차있고 냉동고도 얼린 밥들이 차지한다. 또 누가 입원을 할라치면 교회나 종교단체 사람들, 또 친척들이 단체로 문병을 오고 심지어는 애기들까지 데리고 와서 병원 복도에 이리저리 애들이 뛰어다닌다. 면회시간은 그저 공염불일 뿐이다. 외래는 또 어떤가 한번 종합병원에 발을 디뎌 놓으면 그 이후는 모두 종합병원으로 다닌다. 단순한 약을 타기 위해서도 종합병원 외래에 와서 기다린다. 시간 약속이 되어있어도 진료실 밖은 항상 외래객들이 꽉 차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병원 안에 커피숍, 매점, 의료기, 이발소, 미용실, 빵집,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선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는 밥을 먹기 위해서 빵을 사기 위해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모습은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고 우리만의 문화라 할 수 있다. 이런 문화 때문에 많은 병들이 병원에서 감염된다. 응급실은 또 어떤가. 한번 가보면 입원실을 못구해 몇일씩 기다리고 있다. 다른 병원에 가라해도 그냥 기다리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입원실 구하는데 각종 빽을 동원해야 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1차 의원의 진료의뢰서가 없어도 응급실을 통하면 종합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응급실에 몰리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있다.
한편 이번 메르스 사태로 보건복지부는 병원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대변한다는 것을 온천하에 과시했다. 모든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병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이런 감독관청에서 병원을 개혁한다는 것은 애당초 씨가 먹히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의사들의 왕진을 금지한데 더해 원격진료까지 못하도록 반대하여 환자들의 불편을 외면하고 의사들의 이익만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병원 운영시스템을 하루빨리 개혁하지 않으면 메르스 사태같은 것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1. 우리의 간병인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필요한 인력은 병원이 고용하여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간병을 간호사가 하는데는 너무 높은 학력을 요구한다면 간호조무사나 뭐 다른 제도를 만들면 될 것이다.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면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것이 잘하는 간병인을 구하는 것인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감독도 문제이기 때문에 병원이 해줘야 한다. 물론 의료 수가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24시간 옆에 붙어있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그리 많은 간병인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2. 병원내 과간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입원실도 풀로 활용해서 어느 과의 입원실 어느 과의 입원실이라는 장벽을 없애야 한다. 또한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대해 다른 과의 의사가 봐줘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경우 입원 환자가 침대에 누워 다른 과를 방문해야 하는 것도 없애야 한다. 의사가 잠깐 환자 입원실로 오면 될 것을 굳이 어려운 발걸음을 환자들이 하도록 만든다.
3. 입원시 필요한 기구들을 환자에게 조달하도록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병원이 공급해줘야 할 것을 굳이 의료기 상사에 가서 사오란다. 급식튜브는 일주일에 한번씩은 교환을 해줘야 하는데 환자가 가서 사야한다. 현재는 의료용품 공급업자가 병실 여기저기 다니면서 필요한 물품을 판다.
4. 진료의뢰서를 받아서 진료했거나 입원했었기 때문에 종합병원의사가 부득이 진찰 했다 하더라도 그 필요성이 없어졌을 경우에는 개인 의원으로 다시 돌려 보내야 한다. 현재는 종합병원이 백화점처럼 개인의사들의 의원을 집합시켜 놓은 것 같다. 한번 종합병원에 발을 디디면 간단한 처방이 필요할 경우에도 계속 종합병원으로 다니게 되니 동네 의원들은 환자가 없고 종합병원만 자꾸 더 커진다. 배설없이 계속 먹기만 하는 시스템이다.
어떤 제도이던지 스스로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문제점을 발견하고 더 좋은 제도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메르스 같은 외부 충격이 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차선책은 그 충격을 계기로 개혁을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런 지경까지 왔어도 개혁을 못한다면 죽은 조직이 된다. 그동안 우리 의료계는 우리의 문제점들은 그냥 놔두고 무슨 의료수출이다 하면서 자랑만 일삼다가 요새는 세계의 지탄을 받는 우스운 시스템으로 전락하고 말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