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전환

인공지능

관허 2016. 3. 16. 06:42

일주일 동안 이세돌과 인공지능의 바둑대결을 테레비를 통해 보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테레비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봤다. 한 방송국에서 중간 광고를 하면 바로 다른 채널로 옮겨 가거나 바둑해설도 이 사람, 저사람, 이 방송, 저 방송 돌려 가면서 봤다. 드디어 인공지능 시대가 왔다는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외롭고 힘든 대국을 펼치는 이세돌이 측은하게도 보였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는 깊은 철학적 사고도 흉내내 보기도 했다. 엉뚱한 수가 나오면 아직 인공지능이 더 발달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통렬한 수가 나오면 과연 수많은 계산의 결과 잘 찾아냈구나하는 찬탄도 나왔다.


그런데 이제는 인간이 기계와 대결적인 관점에서 이기고 진다는 생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계의 장점을 살려 활용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계와의 대결 결과, 바둑의 이론자체가 통계적인 계산의 바탕위에 다시 정립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고 바둑 전문가들도 이야기 한다. 이제 바둑공부를 할 때 컴퓨터를 옆에 두고 확률로 봐서 여기 두는 것이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데 나는 어디에 둘까 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야말로 휴대폰이 우리의 친구가 되어가는 것 처럼 만능 로봇이 사람의 필수품이 되어 항상 같이 다녀야 하는 물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생각을 확 넓혀 보자. 나이가 들면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인간, 언젠가 흙으로 돌아가야 할 인간은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세상에서 살았다는 흔적을 남겨야 할 것인지 아니면 수십억 인구 중의 한사람으로 그저 동물적 삶으로 주어진 것을 소비하면서 의미없이 살다 갈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창의적으로 한번 살아 보고 갈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바둑 게임을 보고 가까운 판교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현대백화점에 가 보았다. 호화롭게 꾸며져 있는 매장들 그리고 널려 있는 먹거리들이 있었으나 나에겐 아무런 감흥이 없다. 물건들이 많았으나 나에겐 별 소용가치가 없고 먹을 거리가 널려 있으나 조그만 배를 채우기엔 너무나 많다. 그저 공허한 치장일 뿐이다. 밖으로 나와도 그저 거대한 빌딩이 앞을 가로막는다.


얼마전 한 업체에서 맞춤형 가방을 판매한다고 광고가 났었다. 꽤 많은 가방패턴을 소비자가 고르고 그 바탕위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문양을 넣거나 세부장식을 해 준다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우리 소비생활이 가는 방향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현 시대에는 너무나 많은 제품들이 범람하면서 유한한 자원을 낭비해가면서 만들어 지고는 있으나 소비가 되지 않으면서 재고만 쌓여져 간다. 그 바람에 경제도 어려워지고 무엇보다도 지구 자체가 환경오염으로 병들어 간다. 이제는 그런 패턴으로 가는 발전(?)을 지양할 때가 되었다. 


나는 판에 박은 듯이 지어진 빌딩의 숲에서 한칸 얻어 살기보단 내가 디자인 한 집에서 살아보고 싶고, 홈쇼핑에서 뿌리는 옷이 아니라 내가 만든 독특한 옷을 주문해서 입고 싶고, 공장에서 몇분만에 한대식 뽑는다는 것을 자랑하는 자동차 보다는 내가 디자인한 자동차 하다못해 내가 디자인해서 치장하거나 페인트 칠을 한 자동차를 타고 싶다. 


이제 인공지능이 우리 옆에 와서 모든 산업을 바꾸고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가치있다고 열심히 한 것을 기계에 맡기고 우리는 좀더 가치있는 뭔가를 찾아야 할 때가 온것이 아닌가 싶다. 물질적인 삶을 정복하는 것에서 한층 더 나아가 정신 내지는 영, 영혼이란 무엇인가, 물질과 정신의 관계는 무엇인가 하는 영역에 대해 좀더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