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 소감 2 - 의사소통의 문제
요즘 웬만한 병원에 가보면 의사는 방안에 들어가 있고 간호원은 바깥에서 컴퓨터 보고 있는데 조그마한 일에도 간호원이 문열고 들어가서 직접 물어보지 않고 메신저를 통해서 물어본다. 의사가 그것을 본 후에야 또 메신저로 답변하거나 처리해준다. 물론 이러한 의사소통은 만일 메신저 기록이 저장된다면 책임소재는 분명히 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간의 의사소통이 어찌 메신져 만으로 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시간을 다투는 일에 메신져로 자판을 두드리고만 있을 것인가. 대통령과 간부들 간의 소통문제 국민과의 소통문제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시끄러웠는데 모두가 내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들이다.
얼마전 엠불란스로 아버지를 응급실로 모셨다. 우선 경중을 판별하는 간호원이 몇가지 질문을 하고는 방안에 있는 한 진료의사에게 메신져로 아버지를 배당했다. 급하지 않은 환자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한참있다가 의사가 그것을 보았는지 아버지 성함을 부르면서 나와 본다. 그러고는 그 병원에서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을 했는지 기다리란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를 내려 놓을 침대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엠불란스는 가야한다고 하고 침대는 아직 준비가 안되어서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큰소리가 오고 갔다. 가만히 보니 간호원은 제자리에 앉아서 아마도 메신져로 침대 준비하고 쳐놓았던 모양 그런데 아직 침대 담당 간호사는 그 메신져를 못보았는지 소식이 없고 그래서 방안을 들여다보니 침대는 있으나 사람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한바탕 고성이 오고가고 시간을 보내고 나니 침대를 가지고 와서 옮기고 엠불란스는 돌아갔다.
그런데 가만히 관찰을 하니 진료의사하고 분류담당 간호사간에 서로 대화하는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모두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다. 분류담당 간호사가 진료담당 의사한테 한마디 하고 (만일 순서가 있다면 잠시 기다리라고 환자에게 얘기 하면 된다) 의사가 결정을 내리면 침대 갖다 드리세요 하고 명령하면 될 걸 가지고 모두 메신져나 두드리고 있다. 표정들을 보면 그저 사무적으로 왔다갔다 할 뿐이다.
마치 예전 공무원들 처럼 전화 한 통 안하고 공문으로 협조요청하는 식이다. 처음 내가 공무원 시험이 되어서 합격증 받으로 간 사무실에서 사무관이 타자 칠 것이 있어 타이피스트 한테 손글씨를 갖다 주고 타이피스트는 그걸 타자쳐 놓고는 자기 테이블 옆에 놓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다 쳤다고 갖다 주지도 않고 다들 기계적으로 자기 할 일만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바로 그런 것이 머리에 떠 올라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