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조직의 문제
최순실 문제로 온세상이 시끄럽다. 이 것을 기회로 나의 조직생활을 뒤돌아 보면서 비선조직이 필요한가 아니면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공조직에서 몸 담고 있으면 모든 의사결정을 할 때 뭔가 불안한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혹시 내 아래 조직에서 제대로 대안 분석을 했는지 가능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다 짜내었는지 등등을 생각해야 한다. 때로는 아래 사람이 내 눈을 가리고 자기의 권한을 극대화 하려고 한다든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사심을 가지고 보고서를 올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부하들 외의 누구한테서 좀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은 욕망을 가진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너희들보다 좀더 나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지는 때가 있고 또 가능한 한 그렇게 해야 한다. 그만큼 윗사람이 되면 알아야 할 것이 많고 많은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아래 사람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 문제에만 몰두해 있을 수 있어 다른 차원의 아이디어에는 소홀할 수가 있어 리더는 광범위한 정보소스로 부터 아이디어를 항상 구해야 한다.
혹자는 유연한 사고방식 그리고 새로운 시각을 얻기 위해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엉뚱한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구하기 위해 황당한 만화를 보거나 미래 영화를 보거나 외국 신문, 스포츠 신문 등을 보기도 한다.
때로는 관련자 모두를 불러 회의를 해서 자유토론을 시키기도 하고, 워크샵을 열어 발표를 시킨다. WEF의 회장은 뭔가 세계 최첨단의 화두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불러모아 의견을 듣는다. 점심 한끼 저녁 한끼도 그냥 넘어 가는 일이 없다. 나도 과장시절에만해도 업무 관계자를 이리저리 만나느라 집에서 저녁시간을 한가히 보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외부조직에 오래 지속적으로 의지하다보면 거기도 또한 권력관계가 생기고 정보가 모이다보면 또 이해관계가 얽히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것을 권력에 따라오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그것을 방지하는 것이 또한 과제가 된다. 그런데 대통령의 위치는 모든 권한의 핵심이기 때문에 언제나 필요한 머리는 빌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아주 다양한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머리에만 의존하다가는 그것이 암적존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는 작은 조직을 경영할 때에도 우선 비서의 권한을 최소화 하기 위해 모든 전화는 누군지 물어보지도 말고 나를 바꿔라 내문은 누구라도 들어 올 수 있게 개방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올라오는 보고에만 의지 하지 않고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보거나 아래서 올라오는 대안에만 의지하지 않고 제대로 판단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관계자를 내가 직접 불러 모으기도 했다. 이것이 어떤 경우에는 나를 살리기도 했다. 실무자가 그릇된 정보를 가지고 자료를 만드는 것을 미리 알고 내 스스로 대처하기도 했고 아래 사람들이 내 눈을 가리고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하는 것을 방지하기도 했다고 본다.
어쨌든 미관말직이라도 우리는 낮이나 밤이나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세상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여러 방향으로 아래 사람들을 지도 감독하면서 능력을 보완해 줘야 한다. 그것이 조직원리가 아닌가 싶다. 어느 일에 묻혀 있는 사람은 광범위한 조사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윗사람은 그것을 보완해 주면서도 감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