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한국

통상조직의 핑퐁게임

관허 2017. 6. 5. 06:58

1998년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외교부에 통상교섭본부를 신설하면서 그동안 상공자원부나 경제기획원 등에 있던 통상인력들을 모아 외교부 산하로 모았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외교부 장관아래의 장관급으로 만들었는데 그 지위의 애매함때문에 통상협상에서 약간의 문제들이 생기긴 했지만 그런대로 정착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원위치해버렸고 수장은 차관보급으로 낮아졌다. 이번에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를 다시 외교부로 보내야 할지를 검토한 결과 현재대로 산업부에 두자는 결론이 났다고 한다.


정부조직이 5년마다 바뀌는 사례나 무슨 사건이 터지면 그걸 빌미로 정부조직을 쉽게 손대어 폐지하거나 통폐합하는 것이 무슨 핵심적인 대책이나 되는 듯이 여기는 우리의 정치문화가 아직은 후진적이다.


정부조직이 바뀌면 물리적인 사무실도 이전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옮겨야 하고 어떨 때는 아예 직열이 다른 인력들을  옮기고 또 그들은 새로운 조직에 적응을 해야 하고 새로운 조직문화에 적응을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어떤 인력들은 적응에 실패해 원래 있던 조직에서 매우 유능한 분들이 실력발휘를 하지 못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국가장래를 위해 부득이 하다면 조직개편은 해야 하지만 그저 새 대통령의 차이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면 또 전대통령의 조치를 원위치시키는 목적이라면 조직개편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누차 말하지만 통상협상의 현장에 나가보면 다른 선진국은 한자리에 오래 있으면서 그 분야의 고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대체적으로 단기간에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고 그 분야 조차 생소한 다른 자리로 가기 때문에 전문지식의 축적은 말할 것도 없고 인적인 네트워크 형성도 안된다.


본인의 경험상 우연히 한자리에 2년 정도 있으면서 독일과 사회보장협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본적이 있었다. 물론 독일측 상대는 같은 사람이었고 그들은 오래동안 여러나라들과 같은 협상을 해온 그야말로 전문가들이었다. 협상타결이 다 되자 그들은 우선 처음부터 바뀌지 않고 내가 맡아 준 것 자체에 대해 감사했다. 일본조차 협상을 좀 할라하면 대표가 바뀌고 해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이 협상은 한번 만나면 일주일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협상을 하였는데 이를 2년에 걸쳐 4-5 차례 했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외국과 협상하는 사람들은 전문가가 있어야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런 인적자산을 소홀히 하지않고 소중히 다루어야 국가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단은 통상에 관한 정부조직을 또 다시 건드리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