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전환

내향적인 사람의 가치

관허 2021. 4. 15. 10:38

2021.4.15 매경에 Jennifer Kahnweiler의 Creating Introvert-Friendly Workplace라는 저서 소개가 나왔다. 내향적인 사람들이 종종 깊은 사색이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활용하여 창의력을 발휘하는데 이들에 대해 그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취지라 생각된다. 대개 이러한 내향적인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 토론하거나 잡담함으로써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아깝게 생각해서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내향적이라는 딱지를 붙였다고 생각한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전화보다는 문자 메신저를 선호하고 방송보다는 신문을, 귀를 통한 소통보다는 눈을 통한 소통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난 어느 쪽이냐 하면 내향적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귀로 듣기 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하고  보고도 말로 하기보다는 문서로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옆에 누가 쉴 새 없이 지껄이면 뇌가 헝클어지는 느낌을 받고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텔레비전 방송을 듣고 있으면 정신이 혼란해진다.  

 

물론 여기서 내향적인 사람들의 사회적 가치를 발견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내향적인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내향적인 것은 겉으로 나타난 것일 뿐 머리속은 항상 바쁘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체계화해야 하고 또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것을 원활히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무실 환경이 그런 것을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면접이나 능력을 검정함에 있어서도 그런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한다.

 

내 경험으로 보면 정부의 역할 특히 중앙정부의 사무관 역할을 보면 인체의 두뇌에 가깝다.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만들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일선에 내려보낸다. 사무실도 보면 뭔가 조용하고 머리 돌아가는 소리만 날 뿐이다. 그리고 이따금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이방 저방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과 잡담을 할 시간이 없다. 그러면 그것은 직무유기가 된다. 난 공무원을 하면서도 별로 빈둥거려 본 적이 없다. 지금도 그렇다. 어떤 때 내가 직원들과 방과 후 술 한잔 하면서 말을 하노라면 과장은 "저 봐라 박사무관이 얘기한다"하고 말할 정도로 과묵한 것으로 낙인찍혔었다. 그러나 난 우리 부처 브레인으로 다른 사무관이 무슨 새로운 일을 추진할라 하면 나한테 찾아와서 나의 아이디어를 구하기도 했다. 

 

저자가 내향적인 사람을 전면에 내세우긴 했지만 실제 앞에 내세워야 할 것은 창의성 있는 직원을 선발하고 그들의 창의성을 어떻게 하면 살려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저자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가치가 그동안 많이 간과되어 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은 창의성이 문제이다.

 

또 같은 섹션에 인적 네트워크 얘기가 나왔다.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이 일자리도 잘 얻고 일도 잘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사람의 근본 성향 본질 문제와도 관련되는 핵심문제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며 생존에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의 성격에 영향을 받긴 하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된다. 우리는 자라는 과정에서 또 일하는 과정에서  많은 네트워크를 만든다. 그 사람의 네트워크가 자산이 되기도 한다. 다행하게도 난 지방에서 일류학교라고 하는 서울소재 학교로 유학을 와서 똑똑한 동창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하면서 각 분야의 네트워크가 자동적으로 생겼다. 그리고 여러 부처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요즘도 텔레비전을 보면 대개 가까이서 본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이것은 일하는데 필요한 자산이긴 하지만 난 그것을 별로 활용하지는 않았다. 은퇴 후 하는 일들을 보면 대개 그런 자신이 구축해 놓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많으나 난 그런 연관된 일을 하기 싫어했다. 그렇지만 노년의 여가활동 공부에 대해서는 그런 친구관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역시 각 분야에서 활동한 친구들을 만나면 많은 자극을 받는다. 요즘도 같이 의견을 교환하고 읽은 책들을 추천하고 본 유튜브를 추천한다. 그런 걸 따라가다 보면 지식도 늘고 시간도 잘 간다. 치매도 방지되지 싶다. 노년 생존의 필수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