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파리에 가다
난 평소에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한편으로는 별로 볼만한 것이 없어서다. 배우들의 얼굴 연기도 별로고 대개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풍경도 별로 볼 것이 없고 줄거리도 대개 통속적이다. 전에 나이지리아에 있을 때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열심히 본 적이 있다. 휴일이면 내리 몇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보곤 했다. 요새는 뉴스도 보기 싫은데 하물며 드라마를 보겠냐 하는 심정이다.
그런데 우연히 넷플릭스를 뒤적이다가 "에밀리 파리에 가다"라는 드라마가 눈에 띄었다. 파리의 풍경이라도 감상하면서 추억을 더듬어 볼까하고 시청해 보았다. 그런데 웬걸 파리 경치도 그렇지만 파리하면 패션인데 패션이 엄청 자주 바뀌고 그것도 보통 패션이 아니었다. 신사의 양복에서부터 파격적인 디자인의 패션이 끊임없이 눈을 자극한다. 잠시라도 딴전을 피울 수 없을 만큼 진행도 빠르다. 내친김에 며칠을 투자하여 단숨에 시리즈 1, 2를 다 봤다. 끝이 나도 또 없나 하고 아쉬할워 만큼 재미있다.
그런데 조선일보(22.1.5)를 보니 이 드라마에 나오는 민디라는 배우가 한국계 배우란다. 노래도 수준급이란다. 드라마에서는 중국 갑부의 딸로서 엄마는 한국인이라고 되어있는데 실제는 애슐리 박 한국 이름은 박지니란다. 한국인의 자질이 여기서 또 전 세계에 알려진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마케팅 회사이야기 그리고 배우들의 개성 있는 패션과 기상천외한 패션쇼 그리고 가끔 나오는 얽히고설킨 사랑이야기가 시청자의 주의를 빼앗아 간다. 또 인스타그램 홍보라고 착각할 만큼 거기에 의존한다. 개성 있는 젊은이들의 생활에 맞추면서도 늙은 사람들도 주저 없이 과감한 패션을 소화해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드라마를 보니 나도 그런 패션을 특히 몸에 딱 맞는 신사복을 입어보고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다. 문득 파리의 어느 한국 식당에서 묘령의 젊은 파리여인이 혼자서 비빔밥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것이 생각난다. 여성의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이 마치 물랭루주나 크레이지 호스에 나오는 여자 배우처럼 파격적이었다. 그리고 파리에 외삼촌이 살았던 세느 강변의 어느 아파트에서 센 강을 내려다보던 것도 생각났다. 그런 시기가 또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