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협회 신년인사회
2022년 외교협회 신년인사회가 줌 회의로 열렸다. 은퇴자들의 모임인 협회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참신하다. 의관을 갖추지 않은 모습이 화면이 나타나는 것이 좀 꺼려졌지만 녹화를 위해서 모두 비디오를 켜달라 해서 할 수 없이 켰다. 일부의 회원들은 집에 있으면서도 넥타이를 맨 것이 전임 외교관 다웠다. 축사는 정의용 장관과 반기문 전유엔 사무총장이 했는데 이것도 묘한 감흥을 주었다. 두 분은 오래전부터 상호 경쟁관계에 있으면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아직까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원래 정의용 씨가 젊었을 때 유엔 사무총장이 꿈이었다. 그분의 책상 앞에 당시 함마슐트인가 그분의 사진이 걸려있을 정도였다. 확실히 유엔 사무총장 자리가 한국을 향해 오긴 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걸 받은 자는 반기문 씨다. 정의용 씨는 국회, 정당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장관 자리에 늦게 올랐다. 문정부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리다.
전직 외교관(Ambassador Retired)이라는 신분은 유럽 소설에서도 많이 나오는 직업으로 보통은 사교클럽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상류사회 인사들과 교류를 하는 것을 연상시키는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고 없다. 물론 외교협회를 방문하면 그 비슷한 사교를 할 수는 있으나 위치도 위치려니와 코로나사태로 모이는 것도 어렵고 모임 자체가 온라인으로 카톡으로 Band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사라져 간다.
한편으로는 전직 외교관이 급격하게 변해가는 국제 정세에 발맞추어 따라가지 않으면 그저 뒷방 늙은이로 전락해 버릴 위험성이 있다. 그나마 현직에 있으면서 터득한 작은 지혜라도 변화하는 시류에 맞게 다듬지 않는다면 봉사나 조언자 체도 해 줄 수 없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요즘 신문을 읽으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있다. 기업들의 활동이 눈부시고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 한국인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그것을 따라가기도 바쁘고, 기술의 발달이 점점 가속화되어 AI다 메타버스다 가상현실 증강현실이다 해서 그것을 이해하기도 힘든다. 외교관이었던 자기가 현재 어떤 자리에 있는 것으로 가정하면 과연 이 많은 변화를 다 소화해서 현지에서 어떤 정보를 수집해서 보고하고 어떤 해외진출기업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공부하고 따라가야 할 분야가 너무 다양하고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손자 손녀들의 학교 공부도 도와주기 힘든 세상이 될 정도로 변화가 빠른데 늙은이 취급을 안 당하고 사회의 조류에 편승해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