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건강의 문제

관허 2022. 7. 2. 22:19

70이 넘어가서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건강이 문제가 되고 보니 모든 것이 바뀐다. 그동안 일을 벌여놓았던 것이 후회되고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것인지가 목전의 과제가 되었다. 부동산 문제, 상속문제, 앞으로의 생활문 제등 하나같이 문제 아닌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건강에 그다지 신경 쓰지 못하고 체중관리도 못하고 막연히 지낸 것이 얼마큼 후회되기도 한다. 진리를 탐구하느라 종교, 철학, 과학 등의 문제 되는 책을 읽고 연구하던 것도 이제 부질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영어나 일본어에 그리 매달린 것도 별 의미가 없어진다. 

 

나의 건강문제란 것은 금년들어서자 마자 가끔 하는 동네 가정의학과 채혈에서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급히 종합병원에 가보란다. 분당서울대병원에 예약해서 두 차례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했는데 별로 나아지지도 않는 것 같다. 3달 후에 다시 해보잔다. 그리고는 저염식을 하라고 주의를 준다. 동네 가정의학과에 가서 또 물어보니 동물성 지방 섭취를 주의하란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또한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건강문제가 죽음의 문제에 이르고 이것이 다시 식욕을 떨어지게 하고 잠이 잘 들기 어렵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혹시나 해서 집에서 코로나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다. 다시 이비인후과 두 군데 가서 물어보았다. 두 군데 다 코나 목에는 이상이 없단다. 이건 정신과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가 싶단다. 장래에 대한 불안, 죽음에 대한 두려움, 고독에 대한 무서움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 수면제를 아주 약간 처방해 준다. 잠이라도 잘 자야 해결될 거란다. 

 

그러나 아직 수면제나 멜라토닌에 의존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과거 담배같은 중독성 물질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처럼 이 정도의 정신적인 문제는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 운동을 해서라도 체중을 줄이고 식사패턴을 바꾸어서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먹는데서 찾는 쾌감을 멀리하고 살면 되지 않을까. 한번 망가진 몸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있는 것이라도 소중하게 잘 다루면 되지 않을까.

 

신장에 무리가 가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하는데 거기에는 비타민 같은 약도 있다. 신부전을 진단받기 전에 우연히 무심히 이상한 종합영양제를 샀다. 비타민이 떨어졌는데 의원 옆의 약국 할머니 약사한테 물었더니 이상한 이름의 영양제를 추천했다. 하필이면 약을 사자마자 신장 문제가 터졌는지 약 안내문을 자세히 보니 신부전이면 먹으면 안 된다고 쓰여있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그 약국 할머니한테 가서 얘기하고 마음대로 처분하라고 주어버렸다. 어쩌면 그런 약을 추천할까. 그 사람은 나한테 일단 신용을 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적으로 극복하려면 뭔가에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면 또 눈이 피로해지고 잠이 또 안 온다. 이레 저래 진퇴양난이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애들에게 큰 짐이 안되게 하기 위해서도 정리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도 힘을 내어 버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