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축적에서 질적인 변화로
법과 대학을 나온 애들에게 난 이제 법을 잊어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법을 배운 이상 이제 법조문에서 탈피하여 좀 더 차원 높은 사람이 되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다.
검술을 배운 사람이 한차원 높은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 배운 기술을 잊어버려야 한다. 모든 기술이 몸에 체화되어 무의식적으로 모든 배운 기술이 응용되고 새로운 환경에서 창조적으로 발휘되어야 한다. 의식은 무의식의 겉표면에 붙은 무늬 정도라 할까.
바둑의 고수가 되려면 정석을 잊어버리라고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축적해 놓은 정석을 배울 것이다. 그러나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어떤 분은 지식을 배우는 것은 뱀의 껍질 처럼 의식 차원에서 좋은 무늬가 생기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것이 쌓이면 껍질을 벗어나야 다시 큰 뱀으로 살 수가 있단다. 언제까지나 축적된 것만 즐기고 살 수는 없다. 그것은 죽음이다.
이러한 현상 내지는 진리를 물질 차원으로 가보자. 에너지가 쌓이고 쌓이면 물질로 변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원자폭탄처럼 큰 에너지 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 분해되어 에너지로 변해야 한다. 그냥 음식으로 남아 있으면 부패한다.
학문 차원은 어떨까. 한가지 학문을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철학적으로 되어간다. 그 학문의 요체가 다른 학문과 어떻게 연결될까. 그리고 여타의 제반 학문과의 관계는 어떤가 하고 한 차원 올라가 보아야 한다. 과학을 궁극적으로 연구하다가 이제 종교적인 문제까지도 연결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한 종교를 연구하다 보면 비교종교도 해야 하고 그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의문이 들것이다. 한 종교의 원리에 천착하여 원리주의자가 되면 파괴적이 된다. 다양한 음식을 먹고 소화하듯이 모든 지식은 자기 안에서 소화되어야 한다.
이를 사회차원으로 가보자. 한 사회는 그 동안 축적된 역사가 있다. 그것을 이 역사가 바르다. 저역사가 바르다.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식으로 싸움만 하다가는 그 사회는 부패하고 죽는다. 역사의 교훈을 소화하여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여야 한다. 언제까지나 역사의 껍질을 쓰고 살 수는 없다.
물질이든 유기체이든 인간이든 사회이든 국가이든 양적으로 축적되면 질적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새해 2024년이 되었다. 우리 모두 한 차원 높은 사람이 되고 한 차원 높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물질과 에너지가 의식과 무의식간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것을 자각하자. 먹은 음식을 분해해서 소화하는 것처럼 배운지식은 소화하여 찌꺼기는 버리자. 그래서 나 밖의 물질에서 자양분을 얻고 살아가듯 배운 지식을 소화하여 나의 창조성을 기르자. 우리의 역사의 교훈(반드시 전쟁 지배 그런 역사보다도 정치 문화 같은 것도 포함하여)을 소화하여 찌꺼기는 버리고 창조적인 우리 역사를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