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일원성과 이원성

관허 2024. 3. 25. 18:29

예로부터 철학과 종교에서 유물론 유심론의 대립이 있어왔고 현재까지도 이 대립이 지구전체를 동요시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원성과 이원성의 대립이 있다고 본다. 무슨 말인가 하면 주역의 예를 들면 좀 더 쉽게 이해되리라고 생각한다. 일원이라는 것은 음양으로 나누이기 전 단계인 태극을 말하고 이원성이란 음과 양의 대립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예를 들면 종교에서 일원이라고 한다면 신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이고 신은 선이라든가 악과 대립하여 결국에는 신이 승리한다는 개념자체가 없다. 그런 대립관계가 성립될 수가 없다. 이원성으로 세계를 이해한다면 세계는 끊임없이 투쟁하는 세력들의 투쟁 장소라고 본다. 이런 세계관은 정치나 의학이나 문화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음과 양은 대립되지만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되고 양이 극에 달하면 음이 된다는 철학이 있었으나 서양에서는 그런 사고방식이 거의 형성되지 못하고 근래에 와서 헤겔의 정반합 이론(변증법)이 생겼다고 생각된다. 이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카발라의 생명의 나무 이론이 변증법의 복잡한 버전이 아닐까 싶다. 

 

종교에서 보면 지금까지 기독교는 천사와 악마, 원죄와 속죄, 투쟁의 결과 천국의 도래 뭐 이런 구도로 교리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런 이원성의 원리가 문화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구현되어 있다고 보인다. 영화에서도 보면 서양영화는 이야기 구성자체가 대립자들을 설정해놓고 그 투쟁의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의학에서도 보면 서양의학은 병균은 악이니 이것을 퇴치하고 잘라내고 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동양의 종교는 예전부터 유불선 통합이니 천도교니 하면서 음양의 대립보다 태극을 추구하고 거기로 복귀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하고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동양영화에서도 보면 선과 악의 투쟁보다 포용하고 합일하는 것이 더 공감을 얻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의학에서도 악을 제거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몸을 보양하고 병을 예방하는데 중점을 두지 않았나 싶다. 이런 것이 다 모르는 사이에도 철학의 영향을 받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최근 들어 기독교 쪽에서도  모든 것이 하나이다 라는 사상이 나오고  그 일자로의 복귀가 주안점이 되고 있고 타 종교의 용인이나 통합 내지는 동양종교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영화계에서도 한국적 영화가  관심의 초점이 되어 가고 있다. 의학에서도 침술이나 氣에 관한 관심이 높아간다.

 

그런데 우리네 정치계를 보면 이런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우리 고유의 철학적 기반도 잃어버리고 있지 않나 싶다. 음양의 대립에서 합을 찾던가 아니면  더 근본적으로 원래의 태극을 염두에 두고 통합과 융합을 목표로 하지 않고 서양보다 더 서양적으로 대립과 투쟁을 일삼는다. 에고의 본질에 충실하게 투쟁과 분열에 매진한다. 본성에 대한 자각, 일자에 대한 자각 자체가 없다. 우리의 철학 자체에 대한 인식도 없다. 그냥 기술 공학뿐이다. 개탄스런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