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전환

세상을 보는 창틀(framework)은 필요한가

관허 2024. 5. 27. 10:45

오늘날의 우리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을 소위 586세대라 한다. 학창 시절 학생운동이란 것을 하고 그것을 벼슬로 삼아 한평생 정치하면서 민주세력이네 하면서 자기네들이 우리 사회를 계몽시켰다는 등 자부심을 가지고 그들이 누리는 특권을 당연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아마 많은 사람들은 나는 어떤 식으로 학생시절을 보냈는지 하는 것을 돌아보면서 일면 그들이 말하는 지식계층에 포함되지 못한 것에 후회도 하는 것같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만이 우리 사회를 걱정하거나 그들이 우리나라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나의 학생시절을 돌이켜보면 난 우선 어떤 주어진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다. 항상 낭창낭창한 생각을 가지고 내가 검증하지 않은 어떤 사실이나 프레임워크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중학시절 주요과목도 아닌 부기선생이 늘 말씀하시던 세상의 보편적인 상식도 검증해 보라는 말이 인상 깊이 박혔다. TV나 영화에서 범죄자들이 담배 한 대 얻어 피우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고 난 담배를 안 피우겠다고 결심했고 술 한잔에 말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고 난 술에도 중독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종교문제에서도 내가 경험해 보지도 않고 주입되는 이론에 대해서도 나중에 내가 직접 공부해 보리라 하고 판단을 유보했다. 그래서 어느 교회활동에도 깊이 들어가지 못한 것 같다.

 

중학교 때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미술 숙제를 하는데 풍경화를 그려야 했다. 난 방 안에서 바라보는 쇠창틀 넘어 풍경에 주의하고 아예 쇠창살을 그리고 그 뒤에 풍경을 그렸는데 그림 실력이 시원치 않아 선생님의 주의를 끌지는 못했다. 우리가 보는 틀에 따라 바깥 풍경이 달리 느껴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대학에 들어가니 여러 서클에서 참여하라고 하는데 농업법학회, 노동법학회등이 그때 학생운동의 선봉에 선 것 같은데 선배들도 뭔가 달라 보이기도 하지만 나의 주의를 끌지 못했다. 세계사 공부를 하면서 정신과 물질이 어느 것이 우선시 되느냐 하는 것이 전역사를 통해 대립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유물론과 유심론) 나한테는 역사의 본질이 계급투쟁이라는데 대해 수긍이 가지 않았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경제부처 공무원을 하면서 무슨 대책을 세우거나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오로지 우리나라의 발전만을 생각하면서 맡은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계급이라는 고려요소는 없고 나의 이익도 물론 없다. 

 

오로지 실용주의에 따라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은퇴 후에 그동안 공부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보면서 또 그동안의 나의 체험도 비교해 보면서 나 나름대로 생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계급사관보다 훨씬 더 역사도 깊은 대우주 소우주의 틀이다. 인간은 하나의 소우주이다. 주역도 그렇고 한의학도 입증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과 종교도 하나로 통합되어 갈 세계에서는 인간은 우주의 한 구성요소로 우리의 세포 안에 우리 몸의 정보가 다 들어 있듯이 우리 몸 안에는 우주의 홀로그램이 다 들어 있다. 인간의 몸의 작동은 우리 사회의 작동원리에도 상응하고 우리 사회는 또한 우주의 작동원리와 통한다. 우주는 하나(one)이다라는 철학이라고 할까 그런 기본 작동원리가 프랙털 구조로 모든 단계에서 동일하게 파악된다.

 

정신과 물질에 대해 얘기 하자면 굳이 어느 한쪽의 주도적인 역할, O냐 X냐 하는 이분법에서 우리는 벗어나야 한다. 우리 인간이 세상을 단순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습관에서 예스냐 노냐로 질문을 하는데 그런 사고방식은 탈피해야 되리라고 본다. 차라리 정신과 물질은 하나라고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빛에 입자와 파동이 있고 만물의 근원은 빛이다. 거기서 정신작용이 나오고(생성의 근원이라고 하기보다 매개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거기서 만물이 생성되었다.

 

여기서 이런데 깊이 들어가기 보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릴 때 제갈공명 같은 천재가 아니라면 학문도 일천한데 세상을 바라보는 창틀(framework)을 가지는 것이 좋을까. 그것을 어린이에게 또 학생에게 주입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하는 것이 의문이다. 

 

물론 누군가 어떤 틀을 가지고 와서 세상만사를 논하고 역사를 논하면 뭔가 지식계층 같겠지만 세상을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전세계 역사를 공부하고 또 철학과 과학 종교를 다 섭렵해야 "아하"하고 깨치게 될 텐데 말이다. 여기서 나의 결론은 학생 들이여 낭창낭창한 머리를 가져라 하는 것이다. 어느 한 가지 프레임워크에 매몰되지 말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