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의 중요성
나이지리아에 있을 때다. 대통령취임식 행사가 있었는데 그 행사의 축하객으로 한국에서도 손님이 왔다. 아침에 손님을 모시고 행사장에 갔는데 차를 세워 놓을 수가 없고 차는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취임식 행사가 시작하자 주최 측에서는 안전을 위하여 수도의 모든 통신망을 끊어버렸다. 휴대폰이 먹통이 된 것이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야 하는데 호텔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우리 직원들이 조금만 눈치가 있었으면 행사장으로 차를 보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주최 측 버스를 한참 기다려서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손님들은 물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런데 다음이 또 가관이다. 우리 대통령의 친서를 정부 측에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 다음 날 외교부를 통해 전달하면 된다고 했지만 사절단은 직접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외교부 의전 쪽 전화도 먹통이다. 아무 데도 연락을 취할 수가 없다. 난 할 수 없이 부통령 관저로 직원을 보내 부통령이 계시냐고 물었다. 전달이 가능하단다. 난 약속 없이 그냥 사절단을 부통령관저로 모셨다. 부통령은 행사에 갔다 와서 낮잠 중이다. 할 수 없이 한두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선 전달은 했으나 우리 사절단은 또 한 번 화가 치밀었다. 그날 저녁 겨우 휴대폰은 개통되었으나 사절단은 비행기 타기 전까지 우리한테 화풀이를 했다.
그런데 다른 나라 공관은 어떻게 하나 봤더니 예전처럼 차에 무전기를 달고 다녔다. 아하 휴대폰 대신 무전기가 필요하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프리카 공관에서는 통신 먹통을 대비해 비상시 무전기가 있어야 한다고 건의 했다.
내가 왜 이런 지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보니 모두 휴대폰을 들고 유튜브 생중계를 하고 있다. 야당 당수까지. 그러니 무슨 계엄이 되겠는가. 옛날에는 방송국을 먼저 점령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전쟁에서도 통신망을 공격하는 게 가장 먼저다. 전에 지하 유선 통신망에 화재가 나서 다 경험해보지 않았나. 그런데 이런 기본 중의 기본을 군에서도 경찰에서도 모르고 모두 휴대폰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 진짜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우리 행정이 제자리를 찾을지 모르겠다.
전에 어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데 첩보영화다. 그런데 모든 통신이 휴대폰을 들고 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니까 그렇겠지만 현실 첩보에는 그게 되겠는가 의심이 갔다. 만일 우리 국정원에서 외국과의 첩보전을 하는데 휴대폰 들고 한다면 그게 가능하겠는가. 요샌 모든 국민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맨 휴대폰만 만지고 있고 군에서도 휴대폰을 사용한다. 휴대폰을 회의도 하고 통역도 하고 모든 일을 한다. 범죄가 발각되면 휴대폰부터 먼저 던지고 인멸한다. 일반 국민은 휴대폰의 노예가 되어간다. 결재도 휴대폰으로 버스도 휴대폰으로 타고 쇼핑도 휴대폰으로 미팅도 휴대폰으로 한다. 이것이 모든 일의 기본이라 계엄도 이것을 고려하지 않고는 애당초 실현이 안된다. 예전일을 회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