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SRT사고 유감

관허 2024. 12. 23. 07:14

지난 토요일(24.12.21) 가끔 모이는 나이지리아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모임에서 모처럼 부산에서 모임을 갖자고 해서 수서에서 SRT를 탔다. 그 모임은 매번 부산에서 상경하던 회원을 고려해서 이번에는 수도권에 사는 회원들이 부산 사는 회원의 편의를 봐줄 겸 해서 부산에서 모이기로 한 것이다.

 

모처럼 타는 고속철 내부를 둘러보니 나처럼 노인은 없는 것같다. 아마도 최고령이 아닐까 싶다. 모처럼이라 바깥풍경을 좀 보려고 했더니 뒤편 창가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젊은 부부 같은 일행이 여지없이 양해한마디 없이 커튼을 내려버린다. 나의 좌석은 창문 귀퉁이만 보이는 좌석이라 별수 없이 가만있었다. 말해본댔자 웬 노인이냐고 핀잔을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열차 안은 말하는 소리하나 없이 모두가 조용하다. 부부조차도 각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할 수 없이 가지고 간 책자를 꺼내 독서등도 켜지 않고 책을 보았다. 아마도 열차안에서 책 보는 자 또한 나밖에 없을 것이다. 열차는 동대구를 지나더니 앞열차와의 간격을 조정하기 위해 잠시 선다더니 아예 서버렸다. 그러더니 고장 수리 중이란다. 난 하릴없이 휴대폰으로 사고이력을 찾았더니 과거에 비숫한 위치에서 열차가 서서 다른 열차가 밀고 간 적이 있다고 나온다. 또 SRT노조를 검색했더니 지난달 노조와 경영진이 의견이 맞지 않아 북산역에서 데모를 한 적이 있다고 나온다.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계속 운행한다면 안전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고 노조에서 경고했단다. 그럼 이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나?  하여간에 정비불량은 분명하다. 그런데 조치내용이나 수리전망에 대해서 아무련 방송이 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그런데 다른 지인이 본부에 전화를 해봤더니 다른 열차로 옮겨 탈것이라고 했단다. 미리 승객들에게 먼저 알려주면 될 것을 그저 기다리라고만 하면서.

 

한 시간이 지나 다른 열차가 옆 선로에 다가온다. 그제야 모두 옆열차에 옮겨 타란다. 난 짐도 없어서 그냥 입구로 갔더니 자동 사다리 같은 것도 없이 열차 차장 같은 분이 밖에서 문을 열더니 사다리를 내려 달란다. 옆의 젊은이 둘이서 사다리를 내려줬는데 펴고 보니 계단이 없고 그냥 판때기 같다. 경사가 있어서 발로 디디면 미끄러질 것 같다. 나야 운동화를 신어서 그냥 내려가서 옆차로 올라갈 수 있었다. 아무 데나 빈자리에 앉아란다. 한 30여분이 걸려서 300여 명의 승객들이 다 갈아탄 모양이다. 아마도 여성분들의 판대기 디디는 것을 누가 도와줬을 것이다. 신사도 발휘없이는 여성들에겐 무리이다. 부산역에는 예정보다 두 시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부족해서 할 수 없이 귀경시간을 늦추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두시간의 연착인데도 그다지 항의하거나 큰소리 내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연착의 책임은 규정대로 일부 환불이 될 것이란다. 우리 젊은이들이 참을성이 많아진 탓일까. 대통령 하야하라고 데모하는 젊은이들과는 다른 부류의 젊은이 들인가. 만일에 이들이 북한치하로 넘어간다면 이렇게 순종적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니면 내가 모르는 이들만의 SNS가 있는데 나만 모르는 것일까.

 

우리의 의식이 성장한 것일까 소득이 늘어나고 살기가 좋아지면서 여유가 생긴 것일까. 정치가 개판이 되면서 다시한번 위기를 맞이한 우리나라가 이들의 손에 의해  제대로 이 위기를 극복하게 될까? 나의 관심은 온통 그런데 쏠려있다. 위기를 증폭시켜 자기네 목적을 달성하려는 세력이 판을 치는 곳에 우리 젊은이들이 휩쓸려 들어가는데 이 젊잖은 젊은이들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 안에 나 같은 나이 든 사람 자체가 없어서 외롭기도 했으나 벌써 변방으로 밀려난 세대인 우리가 걱정 없이 지내도 될 만큼 우리 국민이 성장했나.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떤 친구들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절망했는데 아직 한가닥 희망을 붙들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