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율사들이 나라망치나
작금의 정치혼란사태를 보면 거의 대부분이 율사이다. 한덕수총리만 제외하고 뉴스에 나왔다 하면 다 법과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내가 법과대학 출신으로 그것도 윤대통령보다 근 10년이나 먼저 대학을 나온 사람으로 참담한 심정이다.
먼저 현 사태를 분석하는 시각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하나는 구한말처럼 친청이니 친노니 친일이니 하는 국제적 힘의 각축에서 우리나라가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할 수밖에 없어 나라를 잃게 된 것처럼 거시적 분석이 있을 수 있다. 부정선거를 둘러싼 미 중간 대립 친미정권을 세우느냐 친중정권을 세우느냐 하는 각축으로 보는 시각이다. 난 이런 분석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취하는 시각이다.
난 조금 촛점을 낮추어 개개인의 자질이나 태도에 대해서 말해볼까 한다. 그러자면 나의 학창생활에 대해서 조금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어떡하다 법대에 들어간 후 공부를 하다 보니 온통 무슨 설, 무슨 설하면서 법해석론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되었다. 학생들끼리도 그저 앉았다 하면 논쟁이다. 그런데 어쩐지 난 좀 핀트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어떤 사안이라도 나 스스로 진리라고 믿을 수 있을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싶었다. 종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기독교 이론에 대해서도 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남의 주장에 무조건 동조할 수가 없었다. ( 기독교 입교 시의 질문에 대해서는 확립된 교리에 따라 대답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러다가 졸업 후 진로를 바꾸어 미국서 경영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거기서 율사들은 생산을 하지 않고 한사람이 구덩이를 파면 다른 사람은 구덩이를 묻는 것만 하는 비생산적인 직업이라고 했다. 난 생산자인 기업을 지원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긍지를 가지고 임했다. 공관에 나갔을 때 어떤 법적인 문제가 걸려 법대 나온 내가 좀 검토해 달라고 하는 요청이 있었을 때 난 다른 사람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나까지 개입할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법대 나오면 법을 잊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법제처에 있을 때에도 난 내 나름대로 법적용시 고려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 검토는 했지만 또 법끼리의 상충문제등 모든 사안에 대해서 완벽한 검토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법 적용에서 해석이 중요하게 된다. 또 법의 흠결이 있을 때 그것을 보정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성문법보다 영미법처럼 관습법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게 보이고 법이전의 법감정, 법철학 같은 것도 중요하다고 보인다.
또 상공부 시절엔 내가 법을 제정하기도 하고 해석도 했는데 어떤 문제에 대해서 다른 사무관이 법을 개정해서 어떤 일을 하자고 주정하고 난 내가 해석을 내려줄테니 법개정 없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맞서기도 했다.
각설하고 현 상황을 보면 법에 있다고 무조건 법에 따라 집행만 하면 된다고하는 무절제 그리고 그것이 사회에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성찰 없이 자기 이익만 보고 집행하는 무성찰 때문에 이런 혼란이 초래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 나도 현 정치에 참여하는 율사들이 좀 더 큰 가치 국가나 국민의 살림살이 같은 다른 가치는 보지도 않고 법적용만 따지는 근시안적인 행태가 이런 사태를 촉발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정치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공자도 읽어 보지고 않고 노자도 모른다. 철학도 모른다 경제도 모른다. 오직 법률 자구해석만 가지고 싸운다. 그러니 외국에서 웃음거리만 되는 것이다. 21세기에 구한말의 관리들이 당쟁을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상을 당하여 몇 년간 상복을 입어야 하는지에 대해 싸우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한 사람의 덜된 정치인이 깡패 패거리같이 국정을 훼방하니 온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탄핵을 밥먹듯이 하고 특검 발의를 또한 밥먹듯이 한다. 무슨 애들 놀음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인데 정치를 코미디로 만든다. 선배 정치인들이 요즘 꼬락서니를 보면 무덤에서 뛰쳐나올 것이다. 아니면 하늘에서 떼 지어 내려올지도 모르겠다.
법과대학에서 로스쿨제도로 바꾼 것도 법과대학생들의 시각을 넓혀야 한다는 의도도 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로스쿨 출신들이 사회에 나와 고위층이 된다면 좀 달라 질 것인가. 난 모르겠다. 그들이 다른 학문에 얼마나 통달할지는 의문이다.
세상에는 이분법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에스냐 노냐로 답변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다. 한 국가 기관의 수장이 된다면 역사적인 시각을 가지고 국민 전체를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자기 책무의 엄중함도 알아야 한다. 법좀 공부했다고 조자룡 칼 쓰듯이 권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다. 겸허해야 한다. 깡패도 도가 있고 우두머리 깡패는 힘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재를 많이 구하고 머리를 숙일 줄 안다. 베트남 전직 부총리가 나에게 들려준 말이 생각난다. 프랑스 하고 전쟁배상문제로 협상을 할 때란다. 재원이 부족한 베트남이 자꾸 궁지로 몰리자 이분은 프랑스군으로부터 고문을 받은 경력이 있는데 굳이 그것을 입밖에 내지 않고 그저 당신네들도 나한테 빚이 많이 있습니다 하는 정도로만 얘기했단다. 절제된 언어였다. 이것이 때로는 더 힘이 있다. WTO 정상회의 시 카스트로가 클린턴 연설을 들었을 때 클린턴이 그쪽을 보지 않고 무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카스트로는 기립박수를 한동안 보냈다. 이것이 힘이다.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권한은 행사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 절제하면서 가지고 있으라고 준 것이다.
국가 요직을 꿰차고 있는 율사들아 이조시대 당쟁을 계속하지 말고 시야를 넓히고 자제하라. 성찰의 시간을 가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