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권력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머스크가 신당을 창당했단다. 이제 기업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정치권력까지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간다. 과거에는 대체로 말해 정치가와 기업가는 서로 그 목적하는 바가 달랐다. 정치는 국민전체를 다스리는 사람들이었고 기업가는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는 사람이었다. 공무원이 되려면 돈을 멀리해야 한다고 들었다. 소위 정치와 경영은 분리되어 있었다. 돈을 탐하면 대체로 출세를 못하는 자가 되었고 돈이 없어도 열심히 공부하여 출세를 할 수 있었다. 물론 패거리 정치를 하면서 이권을 가지고 축재를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존경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세상이 점점 변해 기업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정치에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정주영씨가 그랬고 정몽준 씨도 그랬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기업인이 정치자금을 맨날 대주기만 하다가 정치인들이 하는 꼬락서니가 못마땅하여 직접 나서기로 해본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런 배경에는 기업경영의 범위가 넓어져 국제적인 감각도 높아졌고 기업경영을 위하여 정치동향까지 분석하다 보니 그쪽의 경영(국가의 경영)에도 자신감이 붙은 것이 한 가지 이유이고 또한 갈수록 정치에는 자금이 많이 필요해져서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자금이 풍부하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 또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이러한 세태의 변화는 차원을 달리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국제적으로 보아도 패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경제가 발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에는 다른 나라를 점령하면 부가 따라왔는데 이제는 경제전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패권을 유지할 수 없다. 자유무역으로 모두가 잘 사는 시대가 온다는 경제이론은 맞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자원이 무기가 되고 인재가 무기가 되고 자본이 무기가 된다. 물론 돈과 권력이 그렇게 딱 선후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봐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차원을 달리해 개인의 경우를 보더라도 경제가 뒷받침이 되어야 공부도 하고 성공도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금수저들이 성공하는 시대이다. 공부에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3개의 다른 차원(개인, 국가, 지구)에서 비슷한 추세로 가는 것이 우주원리이기도 하다. 돈많은 사람이 출세도 하고 돈 많은 정당이 권력도 잡고 돈 많은 국가가 패권을 잡는다.
이러한 흐름을 읽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학자들이 연구하는 과제가 되는 것인데 이러한 흐름이 소위 자유나 평등이나 민주주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또 어떤 정책을 펴야 인류의 발전에 공헌할 것인가 등을 연구하는 것이 식자들이 할 일인 것 같다.
돈 많은 자가 출세한다면 머리는 좋은데 공부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자에게는 공평하지 못할 것이고 사회전체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돈 많은 자 만이 권력을 얻을 수 있다면 이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래서 선거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든지 정치자금을 규제한다. 그러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패권경쟁 보다도 세계평화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적일 텐데 그것이 쉽지가 않다. 세계적인 권위로 국가 간의 협력을 이끌 자가 없는 게 문제이다. 허경영 씨가 얘기하듯 신인이 나와야 세계가 평화로워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