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박물관의 문제 (두번째 이야기)선진한국 2013. 11. 10. 20:39
얼마전에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갈 일이 있어 갔다가 찾는 음식점을 찾지 못해 한참 헤매었던 경험이 있었다. 이것을 보면 공무원의 경직된 분위기가 물씬물씬 풍기는 건물과 그것과 비슷한 마음가짐의 사람들이 근무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나 우리의 공공건물은 이렇게 수요자나 방문자의 입장에서 모든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안내하지 않고 고압적인 분위기를 물씬물씬 풍겨야 하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음식점은 마루 한정식 집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영내에 있다는 말만 듣고 무작정 차를 몰고 박물관으로 갔다. 전시는 끝나가는 저녁시간이라 들어가는 사람들도 없이 아주 한가했다. 주차장을 우선 찾아야 하는데 마침 주차장 안내하는 사람이 있어 차의 창문을 열고 마루라는 식당이 어디 있는지 물었으나 안내자는 그런 것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주차장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만 자꾸 보내었다. 할 수없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텅빈 주차장 어디에 대어야 그런 식당으로 아니면 어느 전시장 건물로 가기 쉬운지 전혀 표시도 없고 안내판도 없고 엘리베이터가 어디 쯤 있는지 한참 찾아야 했다. 하여간에 차를 대어놓고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집어 탔으나 거기에도 안내가 전혀없다. 무조건 1층으로 올라가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면서 안내판이 있는지 찾았으나 건물 외벽에 무슨 전시실 같은 것만 써 놓았지 식당같은 것은 눈 닦고 찾아봐도 안보인다. 할 수없이 전시실 경비하는 분한테가서 마루식당이 어디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길고 긴 전시장 끝에 가면 오른쪽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이미 약속시간에 늦었기 때문에 종종걸음으로 백여미터가 넘는 거리를 달렸다. 거기에는 나루라는 간이식당이 있었다. 모임이 있는게 거기냐고 물었더니 상호가 다르단다. 마루 한정식이 아니고 거긴 나루란다. 세상에 나루나 마루나 듣기엔 비숫하고 경비원도 마루를 나루로 듣고 거기로 안내했는데 헛걸음이다. 종업원에게 마루 한정식이 어디 있냐고 물으니 유리문 나가서 왼쪽 담을 따라 가야한다나. 세상에 유리문이 백여미터나 떨어져 있는 방금 들어온 출입구를 가리키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가까운 통로가 있는 줄 알고 비상 유리문을 열어봤으나 물론 잠겨있었다. 할 수없이 백여미터를 다시 걸어나와 건물을 벗어나 외곽 담을 따라 걸어야 했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다시 차에 가서 우산을 가지고 걸었는데 간판이나 안내판은 물론 보이지 않는다. 길은 어두웠다. 좀 가다보니 길은 180도 꺽여지면서 내려가는데 아 글쎄 상호는 꺽어져 내려가는데 붙어있었다. 아니 상호는 사람이 가는 방향에서 보여야지 어떻게 미리 알고 180도 돌아야 보이는가 말이다. 밤인데도 간판에 불을 켜 놓지도 않고 그 한정식 식당에 가기까지는 아무런 안내판도 없다. 처음가는 사람들은 도무지 그런 지하일층에 음식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없었다.
그 음식점은 간판을 잘보이는데 걸기를 노력했었는지 아니면 간판이 박물관의 웅장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박물관측이 반대해서 달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음식점이 민간이 운영하는 점포라면 분명 공무원들의 반대가 작용한게 아닌가 추측이 될 뿐이다.
박물관은 외국인들도 많이 와야하는 국제적인 건물이다. 그런데 우리 내국인 조차 이렇게 헤매는데 외국인이 어떻게 마루와 나루를 구별해서 찾아갈 수 있단 말인가. 엘레베이터를 턱하니 내리면 박물관의 개념도가 척 있어야 얘기가 되는데 관람자들이 어떻게 알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라는 것인지 막막하기만 했다. 건물과 건물사이가 무려 한 50미터는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가봐야 알 수 있다니 기가 막힌다.
우선 헷갈리는 상호들은 정리를 해서 분명히 구별되는 상호를 쓰도록 해야 하고 엘레베이터 타기전에 또 내리자마자 박물관 개념도를 만들어 붙여야 하고 기획전시가 어디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야 한다. 그리고 종사하는 사람들도 자기가 근무하는 곳의 정보를 잘 숙지하고 있어서 마루와 나루가 헷갈리면 마루냐 나루냐고 다시 확인하고 가르쳐 줘야 한다. 사기업이 운영하면 이렇게 엉터리로 교육시키지는 않았을 것인데 하는 씁씁한 느낌이 들었다. 모임이 끝나고도 그러한 헷갈림은 계속되었다. 식당에서 주는 주차권을 받아서 지하 주차장으로 갔는데 미리 정산을 하면 빨리 나갈 수 있다고 안내판에 적혀있어서 정산기계를 찾아 갔다. 웬걸 그 기계에는 시간이 지나서 작동하지 않으니 출구에서 정산하시오 하는 안내 종이쪽지가 붙어 있었다. 그러면 지하주차장 들어오면 척보이도록 붙여야지 기계에다 붙여놓으면 다들 기계까지 헛걸음 훈련시키는게 아니고 무엇인가. 또 한번의 돌머리를 보는 것 같았다. 차를 타고 나가려하니 어디로 가야 출구인지 안내 화살표가 보이지 않네. 다른 민간 건물 주차장에는 눈만 들면 화살표가 수두룩하게 보이는데 여긴 하나도 안 보인다. 건물이 준공되고도 한참 지났는데 아직도 이런가 싶었다. 무조건 한 쪽으로 나가니 출구가 가까와지니 거기에 출구라는 화살표가 보인다.
참으로 박물관은 갈 때마다 엉터리 설계에 운영도 엉터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장엄하기만 하면 또 큰 것만 자랑하면 자랑거리가 되는 줄 알았나 보다. 편하게 즐길 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데는 도통 신경을 쓰지 않은 건물이다. 건물은 그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는데 박물관 건축당시의 우리의 상황이 이런 것이었나.
'선진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분당서울대병원은 언제부터 의사의 일을 간병인에게 맡겼나 (0) 2014.02.11 의사집단의 횡포 (1) 2013.11.16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사태를 보고 (0) 2013.09.29 분당서울대병원의 센터간 의료협력에 문제있다 (0) 2013.09.09 부처간 칸막이 없애기와 부처간 업무협약 (0) 201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