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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상품의 매력
    발상의전환 2023. 12. 27. 06:37

    나는 중고상품을 많이 산다. 미국 유학 시에 골프채 풀세트를 30불에 사고 청바지를 한 개 1불 그리고 자동차는 1000불에 사서 초기 비용부담을 덜었다. 골프채는 나중에 골프를 배우고 나니 몸에 맞는 것이 필요해서 다시 신제품을 샀고 자동차는 수리해 가면서 2년간을 잘 사용하고 다시 천불에 팔고 왔다.

     

    얼마 전에는 중고상에서 책을 한 트럭에 20만 원에 샀는데 이것이 대박을 쳤다. 보고 싶은 주제에 맞게 어떤 선각자가 모은 것인데 아마도 돌아가시고 후손이 다 처분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무려 천권에 가깝다. 정리분류해 보니 허튼 책들이 없고 모두 일생을 투자해서 모은 것이다. 지금도 내 장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아직 읽고 있으며 가끔 내가 새로운 책으로 보충하고 있다. 또 한 번은 어떤 요가 도장에 있는 장서를 정가의 10퍼센트에 판다고 하여 찾아가니 서가에서 마음대로 골라 가란다. 한 10여 권 골라서 샀다. 주인 말이 자기는 볼만큼 봤으니 다른 사람도 읽어보게 준다고 했다.

     

    그 후로는 어떤 책이 보고 싶으면 우선 중고부터 찾는다. 북코어나 알라딘 같은 곳에서 찾아본다. 당근에서도 필요한 책이 나오면 공짜로 얻기도 하고 권당 천원에 사기도 한다. 일전에 중국 관련 서적을 권당 천 원에 사서 30권 가까운 것을 백팩에 넣고 왔다. 요즘 물가가 올라 새책값이 3만 원을 넘어 부담스럽다. 책 읽는 사람이 저렇게 비싼 것을 어떻게 살까 하고 의문이 생긴다.

     

    당근에서는 옷도 구입했다. 가죽점프를 15만원에 사서 입고 있다. 가죽 블레이저는 2만 원에 샀다. 당근에서 도자기 단지 5개를 3만 원에 구입하기도 하고 의자도 사고 탁자도 샀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당근을 훑어보는 게 취미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나도 당근을 통해 처분도 한다. 버리는 책들을 나눔으로 주기도 하고 맞지 않는 옷도 나눔 해 버렸다. 올리면 괜찮은 것은 바로 연락이 온다.

     

    필요한 옷은 신제품 할인을 많이 이용하는데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80-90퍼센트 할인도 많다. 좀 유행이 지난 것이 겠지만 우리 같은 늙은이에겐 상관이 없다. 백화점에선 거의 눈요기만 하고 같은 것이 할인마켓에 있는지 확인해 보기도 한다.

     

    요즘은 도깨비 경매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흥미있게 보고 있다. 신품도 있고 중고도 나온다. 어떤 것은 관련 없는 것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만원부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떤 것은 공짜로 주기도 한다. 매장을 만들어 놓고 전문 경매사가 팔아주는데 매일 11시부터 밤 9시까지 한다. 경매사가 일일이 다 못하니 수집한 사람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서툰 판매가 더 정감이 간다. 어떤 경우엔 만원 부르다가 천 원까지 내려가기도 하고 2만 원 호가가 되었는데도 높다고 생각하면 깎아 주기도 한다. 그냥 보는 것도 재미있다. 팔려는 사람들이 컨테이너 채로 줄지어 대기하는 것 같다. 어디서 그렇게 수집해 오는지.

     

    외국에서 가라지 세일은 살면서 있는 그자리에 놓인 채로 팔거나 집 앞에 내어 놓기도 하는데  주말에 그런 곳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고 잘하면 아주 싸게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었다. 그런 가라지 세일은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안전의 문제가 있고 아파트가 위주인 집 구조상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중고매입상들이 동네마다 돌아다니면서 중고를 수집하고 파산한 회사나 집을 통째로 정리해 주기도 하고 돌아가신 분의 유품도 통째 정리해 주는 것 같다. 당근에서도 가구나 부피 큰 것들이 나눔으로 많이 나오는데 나오는 즉시 거래가 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전문으로 수집해서 되파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큰돈을 줘야 사는 자개농이 그냥 나눔으로 나오기도 한다.

     

    물가가 올라가고 자원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이제 중고시장이 점점 더 활성화된다고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흥청망청 자원을 낭비했다. 나이드신 분들은 그래도 예전 기억으로 물건을 아끼는 버릇이 있지만 젊은 세대는 그런 것을 좀 본받아야 한다. 아파트 쓰레기 장에 가면 쓸만한 것도 많이 버린다. 난 우표수집해 놓은 것을 쓰레기 장에서 주워 오기도 했다. 그릇은 말할 것도 없다. 멀쩡한 라탄 의자세트도 주워서 쓴다.

     

    모든 물건의 시작과 끝을 잘 관리해야하고 제도도 마찬가지로 창시에서부터 운영, 그리고 폐지에 이르는 전 과정도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나라의 건설과 유지 그리고 소멸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도 끝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살아야 하듯, 물건도 끝을 잘 관리해주어야 하고 제도도 마찬가지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고 국가도 마찬가지로 시대조류에 맞게 잘 혁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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