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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수습 경험-발전의 원동력발상의전환 2014. 5. 21. 05:42
약 25년 전의 일이다. 내가 법무담당관을 하고 있을 때인데 하루는 차관님의 다급한 전화가 외부에서 부터 걸려왔다. 차관회의를 하고 있는데 다른 부처 소관의 어떤 법안에 문제되는 조항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그냥 넘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화였다. 그리고는 다급해서 나를 막 야단쳤다. 일을 잘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잘 검토하고 문제되는 것이 없다고 보고했었는데 일이 터진 것이다. 바로 그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타부처에서 우리 부처로 사전 법안협의시 문제되는 조항을 넣고 보냈는데 문서분류 쪽에서 나한테 먼저 보냈어야 하는데 실수로 다른 과로 보냈었다. 그 과에서도 나한테 협의도 없이 바로 차관한테 보고하고 회신을 했다. 다행히 다른 부처에서 그 문제에 대한 우리 부 의견을 수용하여 그 조항을 빼고 법안을 작성했다. 그러고는 정식으로 부처간 협의법안이 회부되어 난 그 조항의 내용과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모른체 차관에게 보고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차관회의시 차관이 누가 그 법안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던 사실이 기억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단지 문제가 있었다는 것만 기억하여 혹시 차관이 모른체 통과하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기우였다.
나는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다행히 해당부처에서 수정을 해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약간 억울했지만 다행이었다. 그러나 난 그것으로 그 문제를 종료한 것이 아니라 또다시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싶었다. 그 문제의 근원은 과간, 국간에 정보교환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을 다른 과에서 알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 과만 생각한 탓이다. 그래서 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그 당시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하여 인터라 넷으로 간단히 의사소통이 되지 못하고 과간 의사소통은 문서로 해야만 했었다. 공람을 하거나 협조전을 띄우는 방식이었다. 난 이 번거로운 절차를 개선하여 쉽도록 만드는 일을 고민했다.
그당시 컴퓨터 기술로는 전자출판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관보가 매일 발간된다는 것에 힌트를 얻어 부처내에서도 일일회보를 만들어 돌리면 다른 과에서 무슨일을 하는지 매일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전자출판을 생각한 것은 일일이 출판사에 가서 프린트를 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고 데스크탑에서 누군가 한사람이 각과에서 알리고자하는 사실을 정리하고 프린트를 해서 돌리면 보다 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는 각과에서 의무적으로 올려야하는 업무를 열거했다. 장차관동정, 법해석, 법안 협의내용 그리고 경조사 등등을 열거했다.(그당시는 각과에서 장차관 동정을 알기 위해서 한사람이 장차관실을 매일 들러 일정을 베껴 과에 비치했다) 물론 이러한 번거로운 프린트하기는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터라넷이 발달하기 전까지라는 것을 밝히고 부처에 컴퓨터가 보급되면 그 후에는 컴퓨터로 보자고 했다.
이 개선안을 몇장 적어서 바로 윗 사람들한테 보고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장차관 모두 동의하고 사인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는 시행이었다. 이 전자출판을 담당할 직원한사람이 필요했는데 우리 과에서는 도무지 인력이 없다.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장관이 회보발간을 결재한 적이 있었는데 언제 되느냐고 실장한테 물었다. 그제서야 실장이 급해서 바로 시행하겠다고 답볍을 드리고 관련자간 회의를 소집했다. 물론 난 내 생각을 말하고 시행은 능력있는 과에서 해달라고 했다. 실장실 회의라 다행히 공보관실에서 맡기로 결론이 났다. 그래서 부처내 회보가 탄생한 것이다. 프린트하는 회보가 만들어진 후 얼마지나지 않아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일일정보가 인터넷으로 소통되었다. 물론 타부처에도 이런제도가 전파되었고 일일 정보는 이메일로 퇴직자에게도 전파되었다. 약간의 형식들은 바뀌었지만.
문제는 이런 부처내 회보의 역사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또 오래된 사건을 회고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그마한 사고를 당하거나 일이 있을 때 그냥 그 문제만 해결하기 보다는 향후에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제도개선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발전이 있고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월호같은 사고는 너무 커서 수년간에 걸쳐 제도개선을 하고 조직을 바꾸고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항상 효율을 생각하고 보다 쉽고 보다 안전하게 편리하게 살 수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우리는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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