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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채근담(菜根譚)을 읽었다. 채근담은 儒 佛 道를 아우르는 일종의 정신수양서이자 처세방법을 일러주는 책이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역자(김성중)는 자신을 수양하여 현실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원만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라 한다.
물론 이러한 책은 요즈즘 유행하는 자기 계발서나 처세방법론 같은 것이라 젊었을 때나 관직에 들어갈 때 읽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이 책이 주로 말하는 것은 초야에 묻혀 세속을 멀리하고 도를 닦는 것을 예찬하고 권력과 물질의 허무함이나 인생이 덧없음을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라 젊은 시절 청운의 꿈을 안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시절에 이책을 읽었다 한들 가슴에 어찌 와 닿았겠는가 싶다.
오히려 은퇴후 뒤를 돌아보며 산간에서 화초나 키우고 자손들 커가는 것을 바라볼 때 이 책을 읽는 것이 감흥이 크다고 하겠다. 아 이 것이었구나 하고 공감이 가거나 그 때 혈기 방장했던 것이 후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주는 묘미가 아닐까.
비록 이 책이 비슷비슷한 내용의 사례가 반복적으로 제시되면서 읽기에 지루한 측면이 있으나 이 책의 모든 문장이 인생의 경험이 묻어 나는 것이라 소홀히 할 수는 없고 때로는 처음보는 선현들의 비유들이 무릎을 치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이 순간 기억하고 싶은 것을 후일을 위하여 몇가지 적어 둔다.
0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부터 온 것은 숲속의 꽃과 같아서 자연스레 무성히 커 가지만, 공업(功業)으로부터 온 것은 화분 속의 꽃과 같아서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고, 권력으로부터 온 것은 꽃병 속의 꽃과 같아 뿌리 내리지 못하여 금새 시들어 버린다.
0 날이 저물어 감에 안개와 노을이 오히려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한 해가 저물어 감에 잘 익은 밀감이 더욱 향기롭다. 그러므로 군자는 마땅히 인생의 황혼에 더욱 힘껏 분발하여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0 욕심없는 마음은 가을 하늘, 잔잔한 바다요, 음악과 책이 있는 삶은 隱者의 거처, 신선의 세계라.
0 속세를 떠나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흰 구름이나 기이한 암석을 보면서 현묘한 이치를 깨닫고 (嗜寂者, 觀白雲幽石而通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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