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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퇴자의 역할에 대하여
    선진한국 2024. 2. 10. 18:03

    내가 은퇴한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은퇴한 후 이것저것 해보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노후생활을 하는지도 살펴보았는데 은퇴자들이 우리 사회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또 미래에는 어떻게 변화할 지도 한번쯤은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겠다. 

     

    우선 사람은 자기가 속헤있는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개인으로서 사회와 분리되어 자기만족을 얻는 것으로 수용될 수 있는지를 봐야 할 것이다. 

     

    먼저 가족간에서 연장자가 될 경우 예전에는 손자나 증손자를 교육시키기도 하고 가문의 기강이나 가문의 풍습 예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 역할도 현세대에 이르러서는 세대도 핵가족화하고 전통에 대한 존중 같은 관념도 사라지고 있어 어른의 역할도 그만큼 사라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가정을 떠나서 마을이나 지역공동체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나이가 들면서 빠르게 진화해 가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여 오히려 손자에게서 배워야 하고 시대에 동떨어지는 꼰대 소리나 듣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범위를 넓혀 우리가 살고있는 국가나 지역으로 보면 가진 능력에 따라 사회에 대한 기여의 방법이 다를 것이다. 경제활동을 한다면 딱히 정년이란 것이 없으니 농사를 계속하거나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고, 무예를 안다면 그쪽 방면의 교육에도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을 한 분이라면 은퇴하면 낙향하여 서당을 만들거나 하여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도 현대사회가 되면서 교육도 산업이 되고 농사도 전문 기계화되고 기업도 안 하던 사람이 새롭게 끼어 들어가는 것도 어려워졌고 요식업도 경쟁이 만만치 않고 끊임없이 신기술을 적용해야 하여 어느 것도 만만한 일이 없다.

     

    더군다나 요즘 지식이란 머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들어 있는 것이라 노인의 머리에 남아있는 데이터는 쓸모없어진 지 오래이다. 오히려 신지식을 습득하는데 시간이 더 걸려 방해만 되거나 경쟁에서 밀리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 자기가 평생 하던 일을 벗어나 누구누구2라는 소위 제2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어떨까. 어떤 분은 은퇴하고 정치에 뛰어들어 국회의원 한번 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도전했다가 돈만 쓰고 좌절하기도 하고 깡패 짓거리 같은 정치판에서 잘못 처신해서 감옥에 가거나 망신만 당하는 사례도 있다. 나 같으면 아예 그런 삼류인생들이라고 지탄받는 정치판에는 오라고 해도 사양하겠다. 가식과 거짓으로 얼룩진 생활은 보통사람이면 할 짓이 아니다.

     

    또 어떤 친구들은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이런 활동은 창의성을 기르고 문화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재능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어떤 친구들은 못해본 공부를 하기위하여 방통대를 가거나 심지어는 외국 유학길을 택하기도 한다. 또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활동은 일을 할 때 충분히 자기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나 꿈과는 다른 인생을 살았다거나 시간이 부족해 관심을 두지 못했던 분야라 뒤늦게라도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이라 공감이 간다. 나도 은퇴하면서 못해보던 종교에 대한 연구라든가 취미생활을 시작해 보았다. 그런 것이 결실을 맺기에는 무척 시간과 재능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런 활동을 공동체 대한 기여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치는 자기보다 공동체를 위한다는 명분은 크지만 실제 공동체를 위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공동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할 수도 있겠다. 창작활동은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 크겠지만 잘하면 우리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다. 못해본 공부를 하는 것은 잘하면 업적을 낼 수도 있겠으나 자기 머리만 만족시킬 위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존엄성을 공동체에 대한 기여보다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면 이런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을 나무랄 수는 없겠다. 어찌 보면 노년의 이런 활동이 현대사회에서 소외되어 가는 잉여인간으로 취급받는 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냥 저세상 가는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난 이 세상에서 공부한 것이 어떤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하여도 또 어떤 눈에 띄는 발전을 남겨놓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의 영에 대한 훈련이라 다음 생에서 좀더 빠른 공부, 수월한 공부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불철주야 노력한다. 이러한 태도가 세상이 끝난다 하더라도 사과나무 한그루 심는다는 기분이 아닐까.

     

    또 한가지 노년에 할만한 역할 하나가 있다. 후세를 축복하는 일이다. 그런 축복의 능력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지만. 이건 신과의 길을 터놓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닌가. 노년에 그런 자격을 따는 코스라도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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