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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하시고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어 응급실 출입이 잦다. 어제는 새벽 2시에 안떠지는 눈을 강제로 뜨고 119에 부탁해서 아버지를 다시 응급실로 모셨다. 숨쉬는 소리가 예사롭지 못하고 배가 심장이 뛰듯이 심하게 헐떡헐떡한다. 그리고 의식이 별로 없다. 여러가지 검사를 해야해서 복도에서 기다렸다.
그런데 내 앞에서 펄떡이는 한마리의 나방이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아마도 마지막 용을 쓰는 듯 한참 가만히 있다가 생각난 듯이 푸드득하고 날개짓을 한다. 이놈은 무슨일로 응급실로 찾아 왔는가. 밤에 불빛을 보고 날아 들었나. 그러다가 얼마지나지 않아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도 마지막 숨을 거두었는가 보다. 그 다음에는 귀뚜라미 한마리가 복도를 어슬렁 거리며 걸어간다. 이놈은 왜 나타났는지.
잠시후에 씨티 촬영 결과가 나왔다. 뇌 속에서 피가 다시 터져 의식이 거의 없단다. 의료진은 아버지를 신속히 중환자실로 옮겼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죽음에 직면하는 사람과 미물의 차이는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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