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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아닌 침대환자는 어디로 가야하나선진한국 2014. 10. 8. 14:50
전에 한번 의식이 뚜렷한 중환자실의 필요성에 대해 제안한 적이 있다. 그 취지는 수술을 하거나 뭔가 중환자실에서 케어가 필요한 사람이지만 머리는 말짱해 의식이 정상인 사람들을 똑같이 중환자실에 넣어놓으면 몸이 아프긴 하지만 몇일씩 그런 환경에서 지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도 테레비도 보고 오락이 있어야 하는데 가족도 못보고 때로는 묶여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통만 증가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경험한 것은 응급은 아니나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환자는 어떻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물론 입원이 안되는 케이스 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선진화 되어있다는 우리 의료계의 현실, 종합병원의 현실이다.
구체적인 케이스는 이렇다. 부친이 뇌출혈로 오래 누워계시는데다 음식은 위장으로 직접 어가고 목도 기도를 뚫어 가래를 기계로 봅아 내는 상태로 휠체어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인데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온몸의 피부가 짓물러진다. 간호하는 분이 피부과 진료를 한번 받아 봐야 하겠다 했으나 병원으로 가는 것이 엄두가 안났다. 엠뷸란스가 있어야 하는데 병원에 도착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수시로 가래를 빼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호사의 권유대로 응급실로 가서 한번 보여보고 입원치료가 가능한지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번 응급실로 모시고 갔으나 응급과 의사는 이런 것 가지고는 입원이 안된다고 피부과에 보내지도 않고 집으로 돌려 보냈다. 괜히 엠뷸란스 비용만 들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내가 먼저 가서 피부과 진료신청부터했다. 그러고는 피부과로 그냥 가기에는 기다리는 동안의 침대, 가래문제, 대소변 문제가 있어 머리를 쓴게 응급실로 가서 피부과 진료를 들이미는 것이었다. 드디어 날짜가 되어 응급실로 일단 모셨으나 웬걸 응급실이 전쟁터 모양 초만원. 내려놓을 침대조차 없다. 응급환자조차 다른 병원으로 돌려 보내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구급대에서 부득이하여 피부과까지 옮겨 주었다. 그런데 피부과에서도 내려놓을 침대가 없다 하였다. 치료실에 침대가 있으나 그것은 오래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예 외래에서는 침대환자를 상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기실 긴의자에 내려 놓으려 했으나 간호사가 못하도록 했다. 의자에 눕히지도 못하는 상황. 또 다시 구급대가 이리뛰고 저리뛰어 다른 병동에 있는 것을 하나 빌려왔다. 또 혹시나 해서 사설 엠뷸런스도 불렀다. 침대를 빌려쓴 것도 또 우리가 돌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소독을 하고 돌려 줘야 한다나. 하여간에 제도에도 없는 것을 우리가 들이밀어 진료는 받긴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환자가 되긴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아직도 병원서비스에서 해야할 일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다. 엠뷰런스로 환자가 왔으면 그 다음부터는 입원을 안하더라도 즉 입원실을 쓰지 않더라도 병원에서 해당과로 이송하고 중간에 간단한 처치를 할 상황이 생기면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병원에서 침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호자가 그냥 밀고 다니면 안되기 때문이다. 환자위주로 하는 의료선진화의 길은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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