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 그믐때가 되면 일본 NHK 방송에서는 가요홍백전(紅白歌合戰)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금년에도 어김없이 65회째가 방송되었다. 무려 5시간 가량 이어지는 초대형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 방송은 MBC에서 가요 청백전이 방송된다. 난 이 두가지 프로그램을 왔다갔다 리모콘을 돌리면서 봤다.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일본방송을 많이 모방해서 비슷한 내용이 많았으나 어느 순간 우리 방송이 독자적으로 기획하여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방송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발달과 비슷하게 가는 맥락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 프로그램은 이름만 비슷하지 전혀 다른 종류의 프로그램이라 서로간 비교하기는 어럽지만 이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난 일본의 저력과 단결력에 대해서 다시한번 실감하고 등골이 쭈뼛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청백전은 그 방영시간이 우리 국민 모두가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서 기다리는 동안이지만 그 주된 시청자를 젊은 층으로 한정한 것 같았다. 등장하는 가수들이 모두 비보이나 걸그룹이고 랩풍의 노래가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많은 그룹들이 우리나라 여성의 율동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홍백전을 가만히 관찰해보니 그 기획자의 의도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물론 요즘의 홍백전은 젊은 그룹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나 중간중간 나오는 가수들은 어떤 사람은 46번째나 나오는 오래된 가수이고 30여번째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시말해서 그 프로그램은 모든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고 노래도 일본 가요에서부터 현대적인 노래, 그리고 일본 전통적인 음악 등 다양성을 띄고 있었다. 대상으로 하는 연령층 뿐만아니라 외국인까지 나와서 일본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겨울왕국의 주제곡 등 외국 노래도 불렀다. 노래의 내용에서도 미래의 희망을 가지고 나가자하는 내용, 지난 2014년의 각종 재난 영상과 더불어 이를 이겨내자하는 내용, 피겨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선수도 나오고 일본에서 열릴 올림픽을 선전하는 노래까지 나온다. 이 프로그램은 가히 연말 프로답게 한해동안 가요계에 있었던 모든 내용들을 빠짐없이 돌아보는 프로그램이었고 일본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나가자 하는 내용이었다. 즉 이것은 일본국민의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공익방송의 역할에 충실한 프로그램이라 할만하다. 오래된 전통위에서 새로운 것을 조금씩 가미해가면서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만가(에니메이션)의 캐릭터, 로봇, 그리고 각종 전통의상과 현대의 화려한 의상 등 모든 부분을 골고루 균형감있게 보여주고자 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본은 저렇게 온국민이 하나로 뭉쳐서 미래로 전진해 나가는데 우리는 걸그룹들의 현란한 의상과 몸매를 보면서 정치적으로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문득 요즘 일본과 과거사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마음가짐과 일본국민의 마음가짐이 이렇게 달라서는 또다시 비극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우리가 현재 서먹서먹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은 무엇인지? 소녀상을 여기저기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기록이 중요한데 위안부 문제를 그렇게 떠들면서 우리가 지금 위안부에 관한 자료를 모아놓은 역사기록관을 가지고 있는가. 어딘가 모아두었겠지만 후손들에게 바로 알리기 위해서는 관련기록을 더 늦기 전에 차곡차곡 모아두어야 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원한은 담아두어야 가치가 있는 것인데 계속 상대방을 향하여 떠든다고 해서 그 무게가 더해지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의 경우를 보면 프랑스와의 전쟁 당시 프랑스 군에 포로로 잡혀 고문을 받으면서 갈비뼈가 부러지기까지 한 전임부총리가 베트남과 프랑스간의 우호친선협회의 회장직을 맡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 사람은 자기의 원한을 묻어두고 미래로 향하기 위해서 한몸을 바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프랑스가 차관을 갚으라고 독촉할 때 자금이 부족한 베트남측에서 마지못해 프랑스도 나한테 진 빚이 많다는 정도로 언급할 뿐이었다고 한다.
위안부문제에 대해선 우리가 국력이 약해 당한 것이었기 때문에 미래에 그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국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하지 않을까. 지금 현재 일본이 그 책임을 부정한다 해도 기록을 갖추어 놓으면 언젠가는 역사학자들이 나서지 않을까. 역사왜곡은 언젠가는 바로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공영방송을 보면서 개개인의 실력이나 음악성은 우리가 더 나은 것 같은데 그 기획하는 의도나 방향은 국민을 한방향으로 단결시키는 것 같아 두려움이 앞선다.
'선진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더라는 것은 - 리더와 창조 (0) 2015.01.27 매경 "線지키는 先進사회에 대하여" (0) 2015.01.01 사이버 테러와 서비스업의 변화 (0) 2014.12.27 한.호 FTA 비준문제 (0) 2014.11.10 공무원연금 개혁에 관한 제언 (0) 2014.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