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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서울 도심발상의전환 2015. 11. 4. 12:18
오랜만에 서울 도심을 거닐어 본다. 옛 청진동 골목 거리 종로 뒷골목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간다. 그 자리엔 올려다 보기도 어려울 만큼 높은 빌딩들이 들어섰다. 인간미 넘치던 골목길은 다 시멘트로 포장되었고 조경을 위해서 심어 놓은 나무들이 그저 박제된 표본처럼 얕은 숨을 몰아 쉴 뿐이다. 길거리엔 주차할 공간도 사라졌다. 차를 가지고 나오려면 일단은 빌딩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저 할일 없이 도심으로 나오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걷기도 어렵다. 빌딩들이 거인들 처럼 가로 막고 있는 거리를 마치 난장이들이 눈치보며 피해다니듯 인간은 그저 왜소한 버러지로 전락하고 만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사람들은 서둘러 도심을 빠져 나간다. 늦어면 황량한 사막에서 홀로 남은 것처럼 썰렁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음식점들이나 사람이 모이는 곳은 저녁이면 문을 닫는다. 문을 열어도 손님이 별로 없이 횡하는 바람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황량한 도심을 만들어 놓은 것은 인간의 경제적인 욕심일 뿐이다. 비싼 땅값에 경제적으로 땅을 운영하기 위해서 높게 높게 올리기만 하는데 사람은 점점 낮아질 뿐이고, 타산을 맞추기 위해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을 없애고 사무공간만 채워넣어 사람들을 교외로 쫓아 내버린다. 이렇게 도심을 설계하는 것은 현대의 조류인가? 그렇다기 보다는 몇몇 앞서가는 나라들의 폐해만 따라가는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닐까.
우선 사무실 빌딩 수요가 앞으로 계속 늘 것인가가 의문이다. 지금 세상은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세상이고 공간의 개념, 장소의 개념은 사이버 공간으로 바뀌었다. 굳이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컴퓨터만 연결되면 업무를 볼 수있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데 건축은 반대 방향으로 치닫는다. 대형 마트를 가보면 예전처럼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는 광경이 사라져 가는데 이는 불황 탓만이 아니라 집에서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는 경우가 늘기 때문이 아닌가. 요즘 시대는 변화가 무척 빠르게 일어난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대형마트가 인기였다 해도 벌써 시들어 가는 추세가 아닌가. 아무리 물건을 진열해도 인터넷을 검색 가능한 만큼의 물건을 갖추어 놓을 수가 없다. 사무실 공실이 생기면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고 인기척없는 사무실은 그저 횡하니 더욱 을씨년스런 도시풍경을 연출할 것이다.
또 하나는 빌딩이 늘어날 수록 인간의 정신은 황폐해져 간다는 것이다. 시멘트 빌딩안에서 일하다 또 시멘트 빌딩안에서 잠자고 차타고 바로 지하로 들어가서 일터로 가는 생활의 연속이 무슨 인간적 향취가 있을 것인가. 아마도 정신병들이 걸려서 우수수 시멘트 바닥에 떨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두렵다.
도심이 이런 빌딩으로 바뀐다면 덩달아 사람들은 교외로 흙을 가까이 나무와 숲을 가까이 하려 할 것이고 땅값은 오히려 더 오르지 않을까. 재벌들이 건물 높이를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마천루를 지으려 하는 것은 바벨탑을 다시 지으려는 인간의 허망한 욕심의 발로로 그 종말을 재촉하는 행위가 아닐까. 산에 앉아 바라보는 잡초에서 핀 꽃한송이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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