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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응급실 소감과 의료 선진화선진한국 2016. 5. 4. 18:03
난 아버지의 위관이 우슨 원인 때문인지 빠져서 그것 때문에 연 이틀이나 분당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 다녀왔다. 그런데 병원 행정을 관찰해 보니 역시나 몇가지 개선할 점이 눈에 들어온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응급실이 붐비는 것은 여전하다. 별로 급하지 않은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응급실로 달려 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를 우선 생각해보자.
옛날에는 개인병원(대개가 거기 살면서 개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는 개인병원에 밤이라도 문을 두드리곤 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의사들도 시간 맞추어 출퇴근하는 직업으로 변해 버렸고 시간내에 의원에 가지 못하면 의사의 전화번호도 모르니까 어디 물어볼 때도 없고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지 않을 수 없다. 내 경험을 하나 얘기 하자면 언젠가 우리 애가 어쩌다 필아 탈골되었다. 이거 큰일이다 싶어 병원 응급실로 가야하나 생각하다가 마침 정형외과하는 아는 사람이 있어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로 지시하는 대로 따라 해보라 했다. 신기하게도 팔을 방향만 잘 맞추어 들었다 놨다 하니 쏙 들어갔다. 바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정상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응급실 갔으면 이리가라 저리가라 시간 낭비하고 정형외과 의사가 없으면 내일까지 기다려라는 둥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위정자들이 도대체 머리가 안돌아 가는 것이 왜 이렇게 종합병원 응급실로 몰리는지 그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쉽게 풀어갈 수 있는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만일 옛날 처럼 의사 전화번호가 있고 밤에도 의원을 찾을 수만 있다면 빅적 간단한 것은 우선 그 의사와 상담을 해볼 수 있다. 그 연후에 도저히 개인의원급에서 처리할 수 없다면 종합병원으로 보내고 그 상담의사가 종합병원 측과 얘기 해서 설명을 한다면 보다 요령있게 설명 할 수가 있다. 물론 이런 상담에도 요금을 청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문화에 이런 전화 상담에 요금을 청구하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으나 그것이 정착되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고사되어 가는 개인의원도 살릴 수 있고 종합병원의 부담도 덜 수가 있다. 그것이 안되니 간단한 것이라도 환자나 보호자가 응급의료진을 상대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면서 이리저리 묻고 답하는 절차를 거치고 엑스레이 찍고 피 뽑고 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병원을 활성화 하는 또하나의 방법은 현재는 일단 어떤 병이던 소견서를 가지고 한번만 종합병원에 간다면 가 다음부터는 평생 그 병에 한해서는 종합병원에 다닌다. 이렇게 해서는 갈 수록 종합병원의 몰리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대체 우리 보건 당국자들의 머리는 왜 이리 막혀있을까 싶다. 일단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한 후에 이제 그 뒷처리를 개인의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내려 보내야 한다. 애당초 의도대로 주치의한테 돌려 보내야 하는 것이다. 간단한 혈압약 받으러 종합병원 예약하고 주욱 기다리는 것은 도대체 어느나라에서 있을 법한 얘기인가.
한편 개인 주치의 제도가 발달하려면 우선 의사들이 근무시간에 의원에서만 일하면 되고 개인적인 관계를 가지기 싫어하는 현재의 문화를 바꾸어서 휴대폰 번호를 과감하게 알려주고 환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가지고 이들이 종합병원 의사들에 대해서도 그저 종이한장 보내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협의하고 수술이나 치료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내가 다니던 외국 병원은 응급실에 가서도 종합병원이 개인 주치의 할 사람을 긴급호출해서 수술을 맡기고 퇴원 후에는 그 개인 의사 사무실로 가서 검진을 받았다. 이렇게 하면 종합병원에 간단한 것으로 몰리는 사태가 없어진다. 아직 우리 의료제도는 초보 수준이다. 그러면서 뭐 의료제도를 수출한다. 어쩐다 하는데 아직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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