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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꽃다운 젊은 이들이 수없이 희생되었다. 그들의 명복을 빌며 살아남은 우리들은 그런 참사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여기에는 그저 단순한 안전보장의 문제를 넘어서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한 곳에 집착하는지, 왜 그렇게 유명하다는 곳에 몰려드는지 같은 근본 이유와 치유방법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 난 사회학자가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니어서 잘 모르기는 해도 아마도 현재 우리 젊은 이들이 겪고 있는 사회환경과 정신적인 건강면을 깊이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
혹자는 젊은이들이 인터넷의 온라인 소통에 너무 빠진 나머지 오프라인에서의 접촉기회가 적어 그 욕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든지, 몸속에서 축적되어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정열이 발산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도 한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공부에 지칠 때는 그저 종로 뒷골목에 가서 술을 마시고 돈이 없어 시계를 잡힌다든지, 미아리 텍사스로 간다든지 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능력이 있는 친구들은 여자 친구들과 놀기도 했겠지만. 요즘은 성매매도 다 불법이고 그런 업소도 사라지고 말았다. 길에서 조금이라도 말을 잘못 걸면 성추행으로 잡혀가기 때문에 남자들은 정력의 분출구가 사라지고 말았다. 말은 안 해도 매우 움츠려 드러 사는것이 이닐까. 아니면 아예 여성화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신사의 나라 영국 축구 경기에서 훌리건들이 나온다든지 자기가 밀고 있는 축구팀이 질 경우 폭력적 반응이 나온다든지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많은 젊은이들이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것도 그런 분출구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현대적인 사회제도가 인간의 본성과는 좀 동떨어진 것 때문이 아닐까.
스위스 제네바에 있을 때의 일이다. 제네바는 일 년에 한 번 젊은이들의 시내 축제를 허용해 준다. 구역을 정해서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괜찮은데 밖으로 나오면 바로 경찰에 제지당하고 만다. 그날은 시내 상점들도 다 쇼윈도를 나무 판때기로 막고 철수하고 시가지는 그들의 차지가 된다. 어째서 시당국이 그런 모임을 허용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런 분출구라도 만들어 주어 더 큰 사고를 막는 지혜가 숨어있지 않을까.
호주 시드니에는 마약 중독자들의 거리가 있다. 그들은 거기서 약간의 마약을 구할 수가 있다고 한다. 완전히 막아 놓을 경우에는 더 큰 사건이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약간의 마약을 제공하면서 서서히 치유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도 이번 젊은이들의 참사 사건을 계기로 사회학자와 심리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규제 일변도애서 벗어나 적절한 분출구를 만들어 주는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두서없이 이 노인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