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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국적으로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언론에서는 킬러문항 없이 치르 졌다고들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언제까지 수능으로 모든 수험생을 줄 세우기 하고 거기 따라 대학입학을 맡겨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일부에서는 수능을 자격시험으로 돌리고 입학생 선발을 대학 자율로 맡기자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여기서 그 문제를 자세히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 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복잡하다는 말이 단순하기 하지만 학제 간 융합현상, 번역기계의 고도화로 언어의 경계 모호, AI의 개인화로 기억력의 불필요성과 판단의 고도화 필요, 그리고 좀 더 크게 보자면 예전과 비교하여 시간의 단축, 공간의 한계극복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단세포적으로 국가 단일 시험으로 인재를 키운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개인의 판단력(AI를 통제하고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판단력) 그리고 새 시대에 맞게 적응하고 창조해 나갈 창조성이 필요해질 것이다. 이것을 수능하나로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국가가 하나로 통합해서 대처하지 못한다면 개별 대학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대학도 물론 많은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학과 구분의 문제, 융합교육의 문제, 창의성 배양의 문제 등 이제까지와는 다른 어프로치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단은 개인의 자율에 맡기고 국가는 손을 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국가를 움직인다고 하는 정치가 하는 꼬락서니를 볼 때 국가에 한나라의 교육을 맡긴다는 것은 돼지에게 뭐를 맡기는 식이지. 그래도 일단은 대학에 맡기고 또 대학에 대한 규제를 전면 철폐해야 할 것이다. 요즘 교육부 하는 규제 완화는 말이 규제완화지 계속해서 규제의 틀 속에 넣고 말만 바꾸기 하는 식이다. 아예 조직 자체를 없애야 관료주의가 힘을 못쓸 것이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고 보인다. 하나는 통합으로 가는 흐름. 또 하나는 분화로 가는 흐름이다. 통합 경향이란 것은 전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 가는 경향이다. 인터넷의 발달 교통의 발달로 점점 공간은 하나로 되어간다. 컴퓨터 발달을 보면 이제 세계 어디서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바로바로 알아야 대처가 가능하다. 그야말로 실시간 뉴스를 공유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고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어진다. 쇼핑을 하는 것도 미국이나 중국에서 바로 직구가 된다. 친구도 외국 내국을 구별하지 않고 소통이 가능하다. 학문도 문과니 이과니 할 것이 아니라 수학 컴퓨터 모르면 얘기가 안된다. 자기 분야 박사라고 해서 자기 분야만 알아서는 바보가 된다. 다른 분야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실시간 체크해야 자기 분야도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있다.
그러면서 개인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져간다. 블록체인으로 보안성이 높아지고 AI가 개인화되어 개인의 능력이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전 세계로 퍼져 갑자기 천문학적 부자가 되기도 한다. 예술분야도 한 개인의 예술이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다. 개인이 모든 세계의 역사를 그 몸에 가지고 있는 것 같이 존엄하다. 마치 하나의 세포 속에 그 몸의 DNA가 몸의 정보가 다 들어 있는 것처럼 개인이 중요하다.
이런 현 상황, 시대 상황 속에서 과연 수능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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