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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의 한 맥주펍과 도깨비경매장
    선진한국 2024. 2. 24. 06:57

    얼마 전에 친구와 판교 한식당에서 만나 저녁을 먹는데 시간이 늦어 음식 주문도 마감되어 할 수없이 근처 한 펍인 팝퍼블릭이라는 곳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함께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개인별 팔찌를 차고 그것으로 벽에 수십 개 널려있는 맥주 탭에서 직접 빼먹으란다. 한번 해보니 우선 팔찌를 갖다 대고 레바를 누르니 맥주가 나오고 화면에는 금액이 주유기 마냥 올라간다. 먹을 만큼 따르고 자리에 돌아가서 마셨다. 계산은 나갈 때 계산대에서 그것만 갖다 대면 얼마나 썼는지가 나오고 카드로 계산한다. 현금은 금지다.

     

    범죄자만 발찌를 차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오니 팔찌를 차지 않으면 맥주를 마실 수가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예전 괌이나 자마이카와 멕시코 칸쿤에 갔을 때 비닐로 된 팔찌를 차고 그것을 보여주면 호텔 내에서 뭐든지 먹고 마실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이제는 이것이 디지털화하여 지능화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 것이 아마도 미래에는 주민등록도 대체하고 또 나중에는 개한테 칩을 심듯이 우리 몸 안에 칩을 심어 팔찌를 대체하지 않을까 의심된다. 국민을 통제하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은 필시 그 제도를 고안해 낼 것이다. 종이에서 카드로 다시 칩으로 진화해 가는 것이다.

     

    한편으로 난 요즘 테레비프로보다 유튜브에서 도깨비 경매를 자주 본다. 도깨비 경매장은 유품 정리나 법원경매나 반품되어 온 것, 유효기간 경과가 임박한 것, 중고품 등을 모아서 싸게 판다. 거기서는 만원의 가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난 몇 번 거기 가서 물건을 산 적이 있다. 용인 어느 고가도로 공사장 밑에 경매장이 있는데 경매에 가지 않더라도 바깥에 있는 상점에서 비슷한 가격에 물건들을 살 수 있다. 그런데 어디서 그렇게 많은 물건이 들어오는지 연신연신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팔려 나간다. 거기는 일반 텔레비전 프로에서 누릴 수 없는 웃음이 있고 해학이 있고 인간미가 있다. 이제 TV프로그램에서도 인기를 끌 정도로 자주 소개되고 있기도 한다.

     

    그런데 이 두가지 경우를 놓고 생각해 보니 미래 SF영화를 본 것과 겹쳐진다. 한쪽에서는 우주선 같이 짜인 미래 시스템 안에서 모두 전자화된  문명의 세계가 있고 또 한쪽에선 그 문명에 반기를 들고 과거의 생활을 고수하면서 문명세계에서 나온 쓰레기 같은 것으로 연명하는 세계가 있었다. 판교와 용인 다리밑이 그런 세계를 상징적으로 아니면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건들이 문명세계에서 다 소비되지 못하고 넘쳐나 2차 시장으로 흘러들고 그 시장에는 또 그것을 사려고 몰려드는 소위 소외되거나 그것을 다시 2차적으로 유통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에서 보면 어느 쪽이 진정한 인간미가 있는지 물음을 던진다. 

     

    난 두가지 다 경험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셈인데 돌이켜보니 내가 그동안 백화점에서 산 것이 뭣이 있는지 보니 별로 없다. 내가 산 것은 거의 다 할인점이나 인터넷 떨이점이나 철 지난 옷가지 들이었다. 역시 늙어 가면서 벌써 2류 인생으로 물러 앉았고 2차 소비인류로 들어갔다. 이제는 도깨비에도 관심을 가지는 3차 소비인류로 낮아지는가. 책을 사는 것도 돌이켜보니 이제 책값도 올라 새책점에서 사는 것도 부담스럽다. 나온 지 오래된 책을 사려면 인터넷 중고서점이나 중고나라나 당근을 기웃거린다. 여기서도 이미 2차 3차 소비인류로 넘어갔다.

     

    그러나 난 아직 정신세계만은 1차 소비인류로 남고싶다. 그런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최첨단 지식을 알고 싶고 그 교육을 받고 싶은데 그것도 여의치 않는 시대가 되어가는가.  AI활용을 제대로 못하면 그 지식사회에 낄 수도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교육기관에도 입학할 수가 없다. 친구들은 사이버대학을 가서 그것을 극복하려고는 하고 있으나 난 집에서 책으로 보충하려고 하고 있는데 자꾸만 주류에서 멀어져 가는 위기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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