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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을을 맞아 내가 살고 있는 성남시에서는 각종 가을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토요일은 그것의 클라이맥스가 아닌가 싶다. 난 내동창인 박동창 맨발 걷기 본부 회장이 분당 중앙공원에 강의하러 온다고 해서 의리상 응원해 주러 갔다. 가니 벌써 강의행사는 시작되었다. 박동창을 소개하면서 학동이 꽃다발을 주고 어떤 부인은 맨발 걷기로 죽을 몸이 지금껏 살고 있다고 감사의 변과 함께 큰절을 한다. 대단한 성원이다. 교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강의를 끝까지 듣지도 못하고 옆의 야외음악당으로 갔다. 맨발 걷기 강의에 오는 분들한테는 떡과 바나나 등 먹을 것을 준다는 것은 예상대로 사람들이 벌써 다 가져가고 없다. 듣자니 한 사람이 몇 개씩 가져갔단다. 그리고 공원에서 일하는 많은 관계자가 다 나누어 갔단다. 좋은 일이다. 나누어 먹어야지 준비에 노력한 분들인데. 다만 공짜에 눈이 멀면 우리나라가 잘못되는데 선거가 공짜에 좌우되면 안 되는데 하는 우려가 문득 생긴다.
옆의 야외음악당에는 십여개의 체험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손수건에 그림 그리기, 종이 모자 만들기, 부채 만들기, 얼굴에 그림 그리기, 캐리커처 그려주기 등등 주로 어린이 상대로 하는 체험행사부스이다. 그리고 음악당에는 성남에 있는 각종 동아리 모임에서 발표회를 하는데 주로 노인들의 만다린 연주, 기타연주, 합창, 율동 등이다. 저녁에는 각기 분산되어서 연주하고 있는 밴드 동아리들이 다 모여서 합동행사를 한단다. 그런데 관중석은 한편으로는 무대에 올라가는 분들의 대기 장소로 쓰이고 있고 일반 관중들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발표하는 분들의 가족들인 것 같다. 난 음악당 가장자리 벤치에 앉아 감상할 수 있었다.
흥미 있는 것은 예전 같으면 체험부스에서 체험을 하고 나오는 어린아이들이 많아야 하는데 모자 만들기 해서 모자를 머리에 쓰고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노인이다. 부채 만들기도 그렇다. 아이보다 노인들이 많고 아이보다 개를 데리고 나온 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웃음이 나온다.
맨발 걷기도 노인청중이요 동아리도 노인일색이요 체험부스도 노인천지다. 동아리 발표에 일단의 학생들이 와서 요새 춤, 힙합 춤들을 공연하고 갔는데 이는 주최 측에서 특별 주문을 한 것 같았다. 초등학교 학생들과 중학교 학생들이란다. 확실히 템포가 빠르고 분위기가 살아난다. 반면에 노인들이 부르는 합창은 옛날 흔히 듣던 가곡 일색이어서 노인 청중들까지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노인들도 요즘 노래를 익혀 발표하면 어땠을까. 춤 동아리도 약간은 에어로빅을 흉내 내려 했으나 느려터져 맥이 빠진다.
난 끝까지 보지 못하고 광장을 거쳐 집으로 왔는데 거기서도 노인 들이 북을 치고 있었다. 이제 바야흐로 우리 사회는 노인들 천지가 되나 보다 유치원은 노치원으로 바뀌고 발표회는 노인들 발표회로 체험행사도 노인들 일색으로 바뀌고 있다. 점점 우리나라가 노쇄해 가고 있는데 마치 인체조직에서 싱싱하던 세포가 경화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경제 활력도 이제 줄어들고 노조니 뭐니 또 준법감시니 뭐니 무슨 위원회니 뭐니 해서 규제만 늘고 조직에서 기름기만 적체되어 복부비만에 피부경화에 관절노화등의 현상이 우리나라에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삼성전자도 그런 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정치권이 달려들고 사회적 기업이 어떻고 상생이 어떻고 해서 점점 몸은 비대해지고 붙어먹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노동시간이니 뭐니 해서 일도 못하게 만들어 조직 전체가 경화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늘 말하지만 우리가 유럽을 따라가는 것 같다. 도시분위기도 그렇고 밤거리도 그렇다. 우리의 옛날 모습 활기 있던 동남아시아와 같은 분위기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거대한 도시빌딩이 많으나 어쩐지 점점 사람은 사라져 가는 혹성탈출 도시분위기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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