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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21. 토요일 분당 중앙공원에서는 파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공연은 장민호 정동원 양지은 세 사람이 공연하기로 되어있어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장년층과 노년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이기 때문에 그럴 만하다고 생각되었다. 난 미리 나누어 줬다는 종이팔찌가 없어 일단 입장은 못하고 밖에서 공연이 시작되면 팔찌가 없는 사람들도 여유가 있으면 혹 들여보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공원 언덕 쪽으로 올라가 혹시 그쪽도 통제가 되는지 보러 가기로 했다.
컴컴한 언덕길을 올라 가보니 무대에서 멀기는 하지만 그곳에도 지리를 잘 아는 몇십 명의 관중들이 테이프로 둘러쳐진 잔디밭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공연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잔디밭 삼분의 일 정도가 비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프로 막아놓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불합리하다. 왔다 갔다 사고예방에 힘쓰는 소방대원들도 좀 기다려 보란다. 주최 측과 협의하고 있으니 조만간 입장이 가능할 것이라 한다. 소방대원입장에서는 언덕배기에 사람들이 서있는 것보다 비어있는 잔디밭이 더 안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있으니 앞쪽입구에서 남는 팔찌를 나누어 준단다. 우리들은 언덕을 내려가서 입구로 가는 것이 캄캄한 길이라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몇몇이 협의하더니 공연 질서 관계자가 입구에 가서 남는 팔찌를 받아와서 모두 팔찌를 차고 들어갈 수 있었다. 난 잔디밭 뒤에서 공연을 보다가 끝나기 전에 산으로 올라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날 내가 본것은 우리 시민들이 질서의식이 매우 향상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부 테이프 밖에 기다리던 사람들이 무단으로 잔디밭으로 건너갔는데 진행요원들이 안된다고 따라갔으나 그들을 제지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나머지 사람들은 무단으로 들어가지 않고 참을성 있게 그들 진행요원들과 소방대원들의 지시를 따랐다.
그리고 무슨 원칙인지는 몰라도 일단은 들여보내 주더라도 꼭 팔찌는 채워서 들여보내준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팔찌에는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어 관중 수를 파악할 수가 있나보다. 혹시 사고 사후수습을 염두에 두는 걸까.
그러나 문제는 분당공원 잔디밭에 꽉 차지도 못할 관중들을 대상으로 아침부터 팔찌를 배포한다고 줄을 세워놓는 과잉질서유지 조치가 꼭 필요한 것이었나 하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젊은 관중이 모이는 아이돌이나 케이팝 가수가 오면 잔디광장이 꽉 차기도 한다. 그러나 주된 관중이 나이 드신 분이라면 그다지 많은 관중이 오지 않는다. 그러니 구태여 관중을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더군다나 잔디 콘서트 장은 사방팔방이 열린 곳이라 꼭대기 팔각정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접근도 가능하고 언덕 옆에서도 접근이 가능하다. 그것을 무리하게 페이프로 다 둘러막고 접근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하는 것이다. 원래 파크 콘서트란 그저 주변사람들이 한여름 저녁을 시원하게 공연을 보면서 즐겨보라는 것인데 어느 틈인가 관중이 많다는 핑계로 통제가 들어왔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혹시 사고라도 생기지 않을까 해서. 그래도 전에는 팔각정에서 내려가면서 보기도 했다.
이런 결과를 보면서 난 문득 인천공항에서 사설경호원이 연예인을 과잉경호하느라 일반인들을 통제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떠 올랐다. 또 이태원 사고로 예민해진 소방당국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사고가 날까봐서 미리 겁을 먹고 통제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앙공원 주변에 사는 우리들에겐 뭔가 씁쓸하다. 팔찌가 어떤 경로로 배포되는지가 불투명하고 그런 공지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가는 노년층들에겐 뭔가 합리적이지 않고 불편하다. 가수들 팬클럽들이 버스로 따라다니면서 팔찌를 독점하는 것도 문제이다. 팬덤을 위한 공연만이 다는 아닌데 일반인을 소외된 느낌이다. 요즘은 가수마다 팬클럽들을 몰고 다니는 것이 유행인가 보다. 함성 지르고 휴대용 전등 같은 것을 흔들어 대는 것이 대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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