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앞바다의 석유선진한국 2024. 6. 7. 10:44
우선 나와 석유와의 관계를 먼저 얘기해 보자. 난 석유개발과장과 자원협력과장을 해봤다. 내가 운이 없었던 것인지 석유개발과장 재직 시 몇 군데 시추를 했었지만 다 실패해서 석유개발을 중단해야 하나 하고 정부도 망설였다. 내가 그 자리를 떠난 후 거의 포기 단계에서 경제성 있는 가스전이 발견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나라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개발을 위해 수차 러시아와 협의하고 이르쿠츠크 유전개발의 타당성조사를 하고 있었다.
며칠 전 다시 포항 앞바다에 석유부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구조가 발견되었다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 석유공사가 상시 탐색하고 분석해 온 것인데 갑자기 대통령이 나서서 발표를 하는 바람에 크게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심해 석유개발이란 것은 원래 자본이 많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프로젝트라 하루아침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보고자 하는 오늘날의 정치권은 원래 끼어들 일이 아니다.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라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기에 석유가스는 전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몇 개의 업체가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신생업체는 견디지 못한다. 우리 같은 작은 나라도 그 불확실성을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큰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탐사결과를 분석한 업체가 작은 업체라고 또 정치권에서는 문제 삼고 있다. 모든 일을 정쟁의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정치권은 악마의 집단 같다. 원래 탐사결과 해독 같은 일은 미국에서 상시적인 업무거리가 별로 없어 전문가의 네트워크로 일 따라 구성되고 해체된다고 들었다. 전문가의 능력이 문제지 회사규모는 문젯거리가 아니라고 한다. 석유 가스가 실제 부존하고 있는지도 시추를 해보아야 하고 또 그것이 경제성이 있는지 여부도 다시 시추해 봐야 할 정도로 그 자체가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어야 알 수가 있는 문제이다. 미리 정치가들이 하라하지 말라 하고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은 마치 임진왜란 이전처럼 싸움박질만 하고 있다. 정치가는 낄낄 빨빨을 잘했으면 좋겠다.
전에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 행정부가 잘하고 있던 치수사업을 좀 강조하는 바람에 다다음 정부가 무슨 적폐인양 치수사업이 자기 사유재산 불리려는 것 마냥 반대하고 파괴하고 나섰다. 자원개발도 마찬가지이다. 꾸준히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업을 한때 좀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다다음 정부에서 그것도 적폐인양 다 원점으로 되돌려 우리의 백년대계 사업이 도로아미 타불이 될 뻔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위해서 있는 것인지 자기네들 밥벌이를 위해서 있는 것인지 우리나라 장래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양이다.
제발 입들 다물고 그냥 지켜보고 예산이나 잘 배분해서 돈이 없어 기회를 놓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 러시아 가스전 개발도 만일 그 당시 정치권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했다면 오늘 우리는 러시아에 에너지가 종속되고 파이프라인이 통과하는 북한 또는 중국의 입김에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될뻔했다.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다. 이처럼 자원개발은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추진해야 하는 일이라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언론도 호들갑을 떨지 말았으면 좋겠다.
'선진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특구에 관한 제언 (5) 2024.09.10 기업과 개인 AI 시대 (0) 2024.06.18 입법과 행정의 조화 (0) 2024.05.29 대만이 IT강국이 된 이유 중 하나. 우리도 일조하지 않았나 (1) 2024.05.29 이조당쟁의 계승자 (0) 2024.05.23